사실 꽤 몇달전에 이슈가 된 뉴스인데... 그때 알려드리지 못하고 지금 갑자기 기억이 나서 써봅니다.

작년에 MySQL 5.0이 출시되면서, 기본 디비 엔진이 MyISAM에서 InnoDB로 바뀌었죠. InnoDB가 MyISAM보다 느리기 때문에 MySQL의 장점 하나를 잃어버린 건데, MyISAM트랜잭션 지원과 같은 RDBMS의 기본이 다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서드파티 엔진인 InnoDB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가, 5.0에서는 아예 InnoDB를 기본 엔진으로 바꿔버렸죠.

이 InnoDB는 이노베이스(InnoBase)라는 회사에서 만든 오픈소스 디비 엔진인데... MySQL이 5.0을 출시하고 얼마 안된 지난 10월에 MySQL의 최대의 적인 오라클이 이 이노베이스를 덜컥 인수해버렸습니다. MySQL로서는 황당하다못해 까무라칠 지경이었겠죠? 물론 오라클은 입으로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죠. 앞으로도 MySQL과의 계약을 갱신하고 계속 지원하겠다... 라고요.

하지만... 오라클이 디비 기술이 부족해서 이노베이스를 인수했겠습니까? 구체적인 방법은 뭘지 몰라도 어떻게든 MySQL을 엿먹이겠다는 의도가 있음이 틀림없죠. 이렇게 되니 MySQL이 얼마나 급해지겠습니까. 기존의 MyISAM 엔진이 속도 하나 기똥차게 빠르다는 거 외에는 RDBMS로서는 기능이 너무 부족해서 자존심 굽혀가며 다른 회사 제품인 InnoDB를 기본 엔진으로 바꿨을텐데, 그걸 오라클이 덜컥 삼켜버리니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당황한 MySQL이 눈을 돌린 것이 파이어버드였습니다. 지난 2월에 RDBMS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짐 스타키(Jim Starkey)를 영입한 겁니다(BLOB라는 개념 자체를 이 양반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짐 스타키는 원래 80년대 초부터 개발된 RDBMS 인터베이스의 최초 개발자였는데, 볼랜드에 인터베이스사가 인수된 후에 한동안 볼랜드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넷프라스트럭처(Netfrastructure)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또 한편으로 짐 스타키는 2000년에 인터베이스 6.0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었을 때 파이어버드 프로젝트를 주창하여 최근까지 이끌기도 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터베이스와 파이어버드의 아버지죠.

짐스타키가 운영하던 회사인 넷프라스트럭처의 주력 제품은 회사 이름과 같은 넷프라스트럭처라는 제품인데, 파이어버드를 디비로 하고 그 위에 다른 애플리케이션 서버가 올라간 스택 제품입니다. 역시 파이어버드 패밀리죠. 파이어버드의 메인 소스 외에 같은 파이어버드 프로젝트의 브랜치로 벌컨(Vulcan)이라는 서브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지금 RC 상태인 파이어버드 2.0과 통합되어 3.0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넷프라스트럭처에 포함된 파이어버드는 기존의 파이어버드에 이 벌컨이 먼저 적용된 버전으로, 파이어버드 패밀리 중에서 가장 성능이 탁월합니다.

뭐 메인 개발자가 스카웃되었으니 파이어버드 프로젝트에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전에 파이어버드의 향후 로드맵을 발표했던 드미트리 예마노프 등 다른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이 있고, 그들이 지금도 차질 없이 일정대로 개발해서 베타, RC를 발표하고 있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고요.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news&no=297

어쨌든.. MySQL사는 짐 스타키를 영입하면서 넷프라스트럭처 회사까지 인수합병해버렸습니다. 의도는 뻔하겠죠? 외부 회사 제품인 InnoDB를 주력 디비로 선택했다가 낭패를 봤으니 이제는 아예 직원으로 스카웃하고 회사까지 합병함으로써 오라클의 인수합병 시도로부터 안전하게 가겠다는 거겠구요. 전후사정을 감안했을 때 파이어버드가 MySQL의 엔진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죠.

이 소식은 해외 뉴스 사이트에는 상당히 많이 기사로 올라오기도 했고 중요하게 다뤄졌는데, 국내에 파이어버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MySQL 사용자가 많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안알려진 거 같습니다. 국내 MySQL 사용자들 대부분이 모르고 있죠.

똑같은 소식인데 최근 며칠 사이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네요.
http://news.zdnet.com/2100-9593_22-6058930.html?tag=zdnn.alert
http://www.computerworld.com.au/index.php/id;1262876365;fp;4;fpid;1968336438
http://oraclewatch.eweek.com/blogs/oracle/archive/2006/04/05/8838.aspx

어제 나온 다른 기사를 보니, 짐 스타키가 MySQL 컨퍼런스에서 MySQL의 새로운 엔진, 코드명 팰컨(Falcon)에 대해 설명할 거라고 하는군요. 이게 파이어버드 기반일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름도 왠지 벌컨과 어감이 비슷하고... ^^
http://www.informationweek.com/windows/showArticle.jhtml?articleID=186500262&subSection=Open+Source

기사내용에 보면 Solid Information Technology라는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인 SolidDB를 MySQL의 디비 엔진으로 선택 가능하도록 지원한다고 하는데... 뭐 의도는 뻔하죠. InnoDB로 뻥 뚫린 MySQL의 디폴트 엔진 자리를 차지해보려고 하는 걸 텐데, MySQL이 큰 맘먹고 RDBMS 업계의 선구자이자 이미 필드에서 충분히 검증된 인터베이스/파이어버드의 아버지를 스카웃한 마당에, 이전의 실수를 반복해서 또 외부 업체를 디폴트 디비로 들어앉힐 리는 만무하죠.

어쨌든... 전 말이죠. 파이어버드와 MySQL의 본격적인 맞짱이 언젠가는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해왔는데... 영 싱겁게 끝나버렸네요. 외국에서는 실무에서 InnoDB 기반 MySQL과 파이어버드를 같이 써보고 파이어버드가 훨씬 성능이 낫다고 말하는 개발자가 많았거든요.

뭐 형식상으로는 MySQL이 파이어버드의 아버지를 데려가버린 것이니까 MySQL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MySQL도 파이어버드 기반에서 돌아가게 되니, 실질적으로는 파이어버드의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
(마찬가지로, MS가 기존의 개발툴들을 포기하고 볼랜드의 앤더스 헤즐스버그를 데려가서 싹 다 뜯어고쳐버린 것은 볼랜드의 기술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