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으로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경찰청장을 불러 호통도 치는 서슬 퍼런 야당 대표에게, 항의하러 경찰들에게 다가간 야당 대표에게 직접 최루액을 퍼부어 기절해 병원에 실려가게 만들었다는 건, 정말 '미쳐 날뛰는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 경찰 최루액 얼굴맞고 쓰러져
http://www.hani.co.kr/arti/society/486616.html
내일쯤 부산지방경찰청장 정도가 나서서 사과도 뭣도 아닌 핀잔을 늘어놓겠지. "유감이기는 하지만 야당 대표가 거기 뭐하러 와서 최루액을 들이마셨냐." 이런 일을 벌일 정도의 인물이면 야당이 총출동해 항의하든 국회에서 경찰청장 소환을 하든 꿈쩍도 하지 않을 것.
몇년 전 형사들과 함께 몇주간 함께 뛰어봐서 고달픈 경찰의 현실은 웬만큼 알지만, 이런 사건을 접하고 나면 경찰에 대한 지지나 동정은 싹 도망가고 주인을 두들겨패는 배은망덕한 지팡이에 대한 분노만 남는다.
87년 중학교 3학년이던 나는 6월 항쟁이 한창이던 어느 토요일 저녁에 버스를 타고 부산의 서면을 지나쳤다. 서면 일대가 다 마비되어 버스를 내려서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리도 모르는 서면 일대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후에 듣기로는 그날이 국내 최초로 연발 최루탄 발사기를 처음 발사한 날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커먼 경찰 진압차량 위에 설치된 그 발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기관총 쏘듯이 최루탄을 연발로 날려대는 것을 여러번 봤다.
그때쯤 난 다니던 중학교가 대학과 담장을 같이 쓰고 있어서 최루탄 냄새에는 아주 익숙해있었다. 그런데 그날 서면에서 난 거의 죽다 살아났다. 정말로. 하필 그날 내린 장대비에 최루탄 연기가 녹아, 온몸과 눈에 타고 들어가 태어나 처음 느끼는 온몸이 타오르는 고통과, 특히 눈을 불쏘시개로 지지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거의 놓고 휘청거리며 경찰들을 피해다녔다.
고통에 벌벌 떨면서 5시간 이상 헤매다 겨우 집에 돌아가 샤워하러 옷을 벗어보니 온몸이 벌겋게 부어올라있었고, 기억에 거의 일주일 동안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때 내가 맞은 물은 최루액도 아니고 그냥 떠다니는 최루탄 연기가 녹은 빗물일 뿐이었는데. 최루액을 직접 사람에게 뿌리다니, 그건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이 정권은 그때의 전두환보다도 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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