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엠바카데로가 파이어몽키에 너무 올인하고 있는 듯 싶어 우려스럽다. 뭐 데브기어야 엠바카데로의 지침과 자료만 가지고 그대로 따라하고 있으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는 파이어몽키 자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만족스럽지만, 크로스플랫폼에 너무 올인하면서 델파이의 본질적인 가치가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
마케팅 파워를 고려했을 때, 델파이/파이어몽키가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맥에서든 iOS에서든 대세가 될 가능성은 없다. 적어도 몇년 사이의 단기적으로는.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엠바카데로가 지금같은 방식으로 마케팅을 할 리도 없고.
지난 17년간 지켜온 델파이의 본질적인 가치는 윈도우 개발을 빠르고 쉽고 강력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가치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전체 IT 기기에서 윈도우의 점유율은 조금 줄어들고 있어도 과거의 적이던 VB, VC, PB 등이 물러나고 있고 닷넷도 대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기능이 강화되어온 델파이는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
파이어몽키에 유감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충분히 중요하다. 하지만 엠바카데로의 마케팅 파워는 너무나 제한적이고, 파이어몽키에 올인하고 있는 딱 그만큼 델파이의 본질 가치가 훼손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와 전세계의 델파이 개발자들은 윈도우 시장에서 다른 개발툴, 닷넷 등과 실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런 본질 시장에서 엠바카데로의 측면 지원은 끊어지다시피 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파이어몽키는 델파이의 장기 로드맵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크로스플랫폼은 로드맵에 있었지만, 파이어몽키는 크로스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하나의 방법으로 채택된 것에 불과하다. 원래의 로드맵에서 코드기어/엠바카데로는 몇년 동안 크로스플랫폼을 QT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업체를 인수하면서 불과 몇개월만에 갈아타버렸다. 파이어몽키 구현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이런 급격한 기술 방향 이동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올해 윈도우8이 나온다. 물론 나 자신도 윈도우8의 파급력에 대해선 의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델파이의 주력 시장에서 차세대 플랫폼이다. 지금 엠바카데로가 더 신경을 써야 할 곳은 윈도우8일 수밖에 없다. 차기 버전에서 설사 안드로이드 혹은 iOS 네이티브 지원 등이 추가된다고 해도,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윈도우다. 우리 델파이 개발자들은 지금도 윈도우로 먹고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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