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성남 소재 경찰서의 사이버수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데브기어의 대표 박범용씨가 저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하는군요. 검찰에 고소를 해서 경찰로 수사 지휘가 내려왔답니다.
유선상이라 담당 경찰관에게 자세히 물어보진 못했는데, 명예훼손을 거론한 대상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등에서 박범용씨를 거론해서 쓴 글들이랍니다. 개발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을 비난했더니 법률로 입을 틀어막겠다는 거군요. 개발툴 커뮤니티 회장으로서 십수년간 델파이, C++빌더의 국내 총판, 지사들에 비난도 하고 밀고 당기는 협상도 했었는데,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라 정신도 차리기 힘들 정도로 황당합니다.
(위 로고의 기초 디자인조차도 제가 만들었습니다. 지금 데브기어에서 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정책들이 제가 개발툴 사업 총괄을 맡고 있으면서 세우고 실행했던 것입니다. 피땀흘려 키운 회사를 헐값에 넘겨주고 나왔더니 이런 꼴까지 당하는군요.)
지난 제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그동안 데브기어 대표 박범용씨를 비난한 건은 크게 두가지 사안입니다. 첫번째는 델파이와 C++빌더의 국내 가격 인하에 대한 개발자들과의 2차례에 걸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무려 150%나 비싸게 판매를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이며, 두번째는 "델파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출판권에 대해 박범용씨가 약속을 뒤집고 데브기어에서 계속 인쇄, 유통하고 있는 건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주로 첫번째 사안이 훨씬 더 많았고 두번째는 단 한차례로 제가 개정판 출판을 포기했던 건입니다.
재미있는 게, 일반적인 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이어야만 처벌이 가능하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의 소위 '사이버 명예훼손'은 사실이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법률을 동원해서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자신을 숨긴 익명의 네티즌이 특정인을 공격해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인데요. 쉽게 말하면 악플러 사건이고, 타진요 사건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1999년부터 볼랜드포럼을 운영해오면서 한국의 델파이, C++빌더 개발자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신원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더욱이 박범용씨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박범용씨가 몇년째 힘겹게 운영하던 1인기업을 지금의 만만찮은 기업 데브기어로 키운 장본인이 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데브기어 뿐만 아니라 볼랜드코리아도, 그 이전의 엔시즈, 한국볼랜드의 경우에도 국내 시장에 부당한 행위에 대해 십몇년간 비판을 계속해왔는데요. 그런데 이런 저질스러운 법률로 제 입을 막겠다니요.
물론 '사이버 명예훼손'이란 게 적시했던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이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개발툴 벤더가 그 개발툴에 대한 커뮤니티 회장을 고소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군요. 개발자 커뮤니티는 소비자 단체이기도 한데, 소비자단체에 대해 고소를 해서 입을 막으려 하다니요. 무소불위의 삼성조차도 이런 일을 하지는 않는데요.
한때는 해킹 사건 처리 때문에 서울경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법원까지 밥먹듯이 드나들었고, 특히 사이버수사대 형사들과 여러날 숙식까지 같이 했던 저인만큼, 경찰이든 검찰이든 떳떳한 일에 조금도 위축될 필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머리는 많이 아프네요. 앞으로 당분간 이넘의 법률에 대해 열심히 뒤져보고 대항해야 하니까요. 기업인 데브기어에서야 제가 만들어준 그 규모로 법무법인에 넘기고 말았을테지만 말입니다.
제가 2000년부터 델파이, C++빌더 관련의 여러 문제들로 개발자들을 대표해서 엔시즈, 볼랜드코리아, 지금의 데브기어까지 여러 총판, 지사들과 다투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전혀 없었는데, 아주 막가는군요.
데브기어와 그 대표 박범용씨의 이름은 욕되이 부르면 안되는 건가요. 고객이든 전직 임원이든 커뮤니티 회장이든 고소장 날아오는 수가 있군요. 동 법률에 따르면 '공연히 비난할 목적'이 중요한 요건인데, 저는 자연인 박범용이라는 사람을 비난할 목적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며, 그것이 박범용이든 다른 누구든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몇년째 어기고 있는 기업의 대표 박범용씨를 비난한 것이므로 이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더욱이 제 개인의 이익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공익적 목적으로 글을 쓴 것이므로 더욱 명예훼손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 법률상의 '사이버 명예훼손'이란 주로 본인의 신원을 숨긴 악플러 처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정부기관이나 보수언론 등에서 비판의 입을 막기 위해 악용한 사례가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데브기어 박범용 대표의 방식이 딱 이렇군요. 이런 문제 때문에 민주통합당에서는 바로 며칠전에 소위 '정봉주법'으로서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박영선, ‘정봉주법’ 대표발의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39245.html
개발자 커뮤니티 회장씩이나 되어서 유통사의 협박에 물러서면 개별 개발자들은 데브기어의 부당한 행위들에 대해 대응할 방법조차 없어지겠지요. 어떻게 되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저는 현행 법률이 어떻든 말았든 제가 한 말과 행동들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부분은 단 한 군데도 없으며, 대법원, 헌법재판소까지 가더라도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항하겠습니다. 설사 벌금 몇백만원으로 될 일을 징역을 살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출석 일자를 물어보길래, 제가 내일, 모레는 일정이 곤란해서 오늘 아니면 월요일로 일정을 잡자고 했더니 월요일 오전 10시에 보잡니다. 개발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