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여러분의 많은 탄원서 정말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______^
지난 늦은 밤까지도, 그리고 오늘 하루도 내내 탄원서 메일들이 계속 왔습니다. 핸드폰이 연신 부르르 떨어대더군요. ^^ 고소인 쪽에 가급적 정보를 덜 줘야 조금이나마 유리할 수 있으니 몇통이나 왔는지 공개는 안하는 게 좋겠습니다만. 부탁을 드렸던 저로서도 이렇게 귀찮은 일을 굳이 해줄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어, 싶었는데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놀랄 정도로 훨씬 많이 왔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방금 겨우 다 정리했다 하고 후~ 하고 한숨을 쉬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스팸메일함을 보니 역시 거기도 10통도 넘게 더 있네요. ㅎㅎㅎ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이라는 혐의 자체가 걸면 웬만하면 다 걸리는 혐의라서(제 생각이 아니라 담당 수사관도 그러고, 법률구조공단에서 상담해주신 분도 그러시더군요), 제가 이번 고소 건에서는 시작부터 기본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말에 대한 죄를 따지는 문제에선 말 많이 하는 사람이 더 불리한데, 제가 커뮤니티에 워낙 많은 글을 그것도 길게 쓰다보니 더 불리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상대가 강력한 변호사를 앞세운 기업이다보니 또 더욱더 불리합니다.
이렇게 불리하기만 한 상황에서, 제가 가진 진실 그 자체를 제외하면, 제가 불리함을 얼마간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개발자 여러분의 직접적인 의사 표시인 탄원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탄원서는 그냥 약간의 정상 참작의 여지가 될 뿐이고 검사나 판사에 따라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제 글들이 공익적인 목적이었음을 증명하는 게 가장 큰 관건입니다.
제 주장이 진실이고 (혹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거나) 공익적인 목적이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IT 비전문가들인 경찰과 검사에게 제 언행이 공익 목적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탄원서 형식을 빌리는 것입니다. 즉, 굳이 적절한 다름이 떠오르지 않아 이름을 탄원서로 할 뿐이지, 실제로는 공익성의 증거 자료입니다. 일반적인 탄원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탄원서를 보내주시면서 메일을 통해 정말 든든하고 따뜻한 격려 말씀들을 보내주셨구요. 과거에 저와의 인연을 써주시거나, 저와 만나지는 못했어도 메일을 주고받은 기억을 쓰신 분들, 그리고 전혀 인연이 없었지만 볼랜드포럼이나 델마당에서 제 글을 보고 저를 믿어주신 분들, 그런 온갖 사연들이 가득 차 있네요. 또 탄원서 내용에서도, 리치님이 공유하신 공용 양식을 쓴 분들도 많지만 굳이 스스로 내용을 작성해서 저를 변호해주시는 분들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형사 고소라는 상황에 몰려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는데, 정말 한분 한분의 메일과 탄원서들을 보면서 웃다가, 눈물도 찔끔 흘리다가, 그런 바보같은 짓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증인 출석이라도 하겠다는 분들, 급한 김에 종이에 수기로 써서 보내주신 몇몇 분들도 있었고요. (개발자가 손글씨로 한 페이지를 쓴다는 건 엄청난 노동입니다!) 특히 더 많이 못도와줘서 미안하다는 분들이 넘 많았는데, 도리어 제가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맘 뿐이네요. 사실 전 유령회원인데, 눈팅회원인데, 하면서 멋적게 보내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분명히 제대로 된 커뮤니티 시삽이 될 만한 성격이나 스타일이 못됩니다. 이래저래 결함도 많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주제에 성격은 좀 울컥하는 편이고... 그래서 이따금씩 성의를 다한 일에서 오해를 받는 일도 있나봅니다. 나이 먹을만큼 먹었으니 그냥 살다 죽자 그런 건 아니고요, 계속 배우고 닦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워낙 좁아터진 그릇이다보니 웬만큼 노력을 해도 이 모냥이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실수와 과오 투성이인 사람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너무도 많아서, 절망하고 낙담하기보단 반대로 감동하고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메일 보면서 히죽히죽대는 절 보고 마눌님이 째리고 지나가는데... 순간 섬칫했다가 금방 또 히죽대고 있었네요. ^^
여러분의 이름 하나 하나 꼭 다 외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좀 낙제 수준이라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절 마주치게 되신다면, 그리고 제가 배은망덕하게도 잊고 있다면, 꼭 제게 "탄원서도 보내드렸는데~ ㅎㅎ" 하고 말을 건네주십시오. 꼭 제대로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
모인 탄원서들은, 내일 오전이나 점심때쯤 경찰서에 들러 담당 경찰관에게 제출할 생각입니다. 혹시 아직 보내주시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가급적 오늘 밤 안이나 내일 아침까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익성의 증명이 목적이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 수록 무조건 좋답니다.
다시 한번 탄원서 보내주신 분들, 그리고 보내주시고 싶었는데 어떤 입장 때문에 곤란하다고 난처해하시는 분들, 그리고 탄원서까지는 힘들어도 말 한 마디라도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가 살아있고 다시 용기를 찾았습니다. 지더라도 용감하게 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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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