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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2]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만하시지요.
박지훈.임프 [cbuilder] 5281 읽음    2012-07-05 13:19
아마 이번 고소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기 전에는, 이 글이 고소 사태와 관련해 제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 그 손익계산서에 대해 답변을 썼는데 해명을 포기하신 듯 하니까요.

아침부터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깐 여유를 찾고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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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기어는 비단 제가 함께 창업해서 키운 회사라는 점을 빼고도, 델파이 커뮤니티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탄생했고 또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던 회사입니다. 그렇게 큰 데브기어가 커뮤니티 회장을 공격한다는 점만으로도 황당한 일이지만, 커뮤니티 회장을 검찰에 고소해서 형사 수사를 받게 만든다는 건, 아마도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 역사상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드문 일일 것 같습니다.

박범용씨가 저를 고소하면서 검찰에 범죄 증거로 제출한 8개의 글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부당한 가격과 관련된 글이 5개, 출판권 관련된 글이 3개입니다. 가격 관련의 글들은 다시 봐도, 한국이나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서 소비자단체가 흔히 제기하고 압력을 넣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박범용씨는 거기서 악의를 느꼈을지 몰라도 쓴 저는 악의는 커녕 눈꼽만한 감정도 없었고요. (물론 계속적으로 묵묵부답이니 답답하고 짜증은 났죠) 출판권 관련의 박범용씨의 주장은 아예 거짓입니다. 이건 담당 수사관에 이미 확실한 증거를 통해 소명했습니다.

물론 이 8개의 글만 쏙 빼서 검찰에 고소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명예훼손 관련 법률과 처벌 관행상 충분히 범죄가 됩니다. (정권이 악용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명예훼손 관련 법률은 지나치게 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여지도 큽니다. 그간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고 바로 지난달에 개정안도 제출되었죠) 더욱이 제 경우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이 가격 이슈의 전체 맥락이 없이 문제 소지가 있는 것만 쏙 추출한 것이니 더욱 범죄로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박범용씨가 커뮤니티 회장을 고소하는 극단적인 무리수를 둔 데에 대한 이유로서는 턱없이 이해가 안됩니다. 물론 데브기어의 영업에 방해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소비자단체가 계속 항의하고 있는데 제품이 더 잘팔릴 리야 없겠지요.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과 달리, 데브기어는 거의 전적으로 커뮤니티 덕분에 성장한 회사입니다. 데브기어 이전의 박범용씨 개인 회사를 보더라도, 기존 델파이 고객에 대한 디비 하나도 없었고 커뮤니티들이 도와주기 전엔 국내에 존재 자체를 알릴 방법이 별로 없어서 존립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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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을 다 마셔가는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저께 박범용씨가 댓글에서 제게,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이고 사심은 없는 거냐? Yes냐 No냐'라고 물어보셨지요. 저로서는 당연하게 Yes인데, 박범용씨가 거기에 집착하시는 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도 같고 주변의 지인들도 대답하지 말라고 권하셔서 대답을 안했습니다만... 방금 생각해보니, 제가 뭔가 사심으로 데브기어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그 목적으로 가격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걸로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달쯤전에, 그러니까 이 황당한 고소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델파이 연합(물론 저를 포함)은 비공개로 엠바카데로의 많은 임원진에게 메일로 탄원을 했습니다. 데브기어가 2007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높여놓은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 메일에서 저희 연합 멤버들은, 이 한국에서의 높은 가격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네 가지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그 메일의 내용은 연합 내부에서 협의하고 한줄한줄의 문구를 모두 조율해서 보낸 내용입니다.

물론 저희가 제시한 방법들 외에 다른 방법이어도 상관없지만, 한국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 양반들이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연합 집행위 멤버들이 궁리하고 의논해서 네가지를 짜내 제시한 것입니다. 이 중에, 엠바카데로가 데브기어에 직접 압력을 넣어달라는 방법 내용도 있었고, 또 한가지로 한국에서 데브기어와 가격 경쟁을 할 경쟁사를 선정해서 계약하라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이 메일은 연합에 속한 커뮤니티들의 이름들과 그 집행위 멤버들의 이름을 병기해서 제가 대표로 보냈습니다.

저는 데브기어에서 일하는 동안 엠바카데로의 임원들로부터도 메일도 받고 보내기도 했으니 당연히 정확한 메일 주소이고, 그 양반들도 저를 잘은 몰라도 기억 정도는 합니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박범용씨에게 영향이 갔겠지요? 그게 힘들게 영문 메일까지 써서 본사로 보냈던 목적이었으니까요. 그 이후로도 몇차례 더 촉구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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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용씨는 제가 쓴 글들을 이유삼아 고소를 했지만, 그중 가장 최근 글조차도 이미 2달도 훨씬 더 지난 일입니다. 반면 엠바카데로로 메일을 보내 탄원한 일은 한달 남짓밖에 안됐고, 마지막 촉구 메일을 보낸 것이 6월 11일로서 제가 고소로 인한 경찰의 출석 요구 전화를 받기 2주 정도 전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적어도 박범용씨가 고소를 제기한 직접적인 이유는 제가 쓴 글들이 아니라 본사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델파이 연합에서 보낸 메일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있었기 때문에, 엠바카데로에서도 뭔가 생각은 해봤을 거고, 혹시 박범용씨에게 '제대로 안하면 박지훈을 내세워 경쟁사를 세워버리겠다' 이렇게 압력을 넣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은, 그런 식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엠바카데로가 박범용씨에게 어떤 방식으로라도 압력을 행사하기는 했을 겁니다.

혹시, 박범용씨는 그런 이유로 제게 공익의 목적이 아닌 감춰진 음모가 있다는 오해를 하신 것인지요. 결국은 제 모든 글들이, 데브기어에 대한 경쟁사를 세우거나 혹은 아예 한국의 독점총판권을 뺏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제가 끈질기게 가격 문제를 제기했고, 박범용씨는 그로 인해 고민이 적었을 리가 없었으니, 본사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때 그렇게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의 대답은, "박지훈은, 10년 전, 박범용과 동업을 시작하던 2008년 12월, 떠나던 2010년 11월, 그리고 지금 2012년 7월에도, 오직 델파이와 C++빌더 개발자들의 이익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라고 분명하게 답해드립니다.

물론 저는 지금 바로라도 지금 데브기어가 하고 있는 일을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경영했던 회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거의 다 압니다. 개발툴 관련의 모든 일은 다 제가 기획하고 실행하고 지시했으니 박범용씨보다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진 않겠죠. 디비툴쪽은 잘 모르긴 하지만, 어차피 기존 매출도 쥐꼬리이니 다시 시작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요. 이런 점은 박범용씨도 잘 알겠지요. 그래서 그만큼 위협을 많이 느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발자지 비즈니스맨이 아닙니다. 저도 비즈니스를 하지만 그건 개발자로서 개발의 일이지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개발 외에 어떤 다른 일에도 추호도,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통닭집을 차릴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사실 전 통닭 별로 즐기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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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용씨, 제가 박범용씨와 함께 데브기어를 만들 때 제가 했던 3년의 약속 기억나십니까? 가격 인하 등의 제가 요구했던 약속만 지킨다면, 3년까지는 함께하며 회사를 키워주겠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난 내 일을 하러 다시 떠나겠다, 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그때도, 떠날 때도, 지금도, 데브기어의 경영권이나 독점총판권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박범용씨와 데브기어를 위해 제 지분 40%도 형편없는 헐값에 박범용씨에게 넘기고 나온 겁니다. 제가 그런 헐값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 박범용씨는 생각도 안해보셨습니까. 그리고 제가 2년간 데브기어에서 받은 푼돈 월급과 그 지분값까지 다 합쳐도, 그 기간동안 제가 개발자로서 벌 수 있었던 돈의 반에도 훨씬 못미칩니다. 그냥 입에 풀칠만 하면서 사실상 와이프가 벌어온 돈으로 살았습니다. 안그래도 데브기어 일을 시작한 걸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와이프가, 제가 헐값에 지분 다 넘긴 걸 알고 제게 무슨 소리를 했을지 생각해보셨습니까. 그래도 전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제발 이성을 찾으시고 이런 일 그만두세요. 저로서도 피해가 있지만, 저 스스로 생각하는 제 정체성에서 제가 돈이나 다른 어떤 것보다 몇배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양심과 명예이고, 정말 고맙고 또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믿어주신 덕에 그다지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고소 건으로 벌금형을 받고 그것을 근거로 박범용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나 법률상의 단죄는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지만 박범용씨는 다르지 않습니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으셨고, 더 진행되면 더 많이 잃게 됩니다. 제가 개발자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한 것은 박범용씨를 깎아내리고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고소라는 상상도 못한 공격을 당한 상태에서 제가 가진 것이 개발자들이 제게 대해 가진 믿음 하나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것도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든 법의 재단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불공평한 싸움 아닙니까. 고소를 하기 전에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셨다면 제 입장에서 방어하기 위해선 이런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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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데브기어의 매출 위험과 박범용씨의 명예가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박범용씨도 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박범용씨가 제게 씌운 두 개의 혐의중 출판권 관련은 박범용씨의 주장이 허위로서 무고임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도 이미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박범용씨가 미워서 무고죄로 받아치는 게 아니라, 제 유죄 여지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도대체, 본인도 관심 없으면서 출판권은 고소에 왜 끼워넣은 겁니까? 반드시 처벌받게 하려고 그런건가요. 그런데 그게 자충수가 됐습니다.

무고죄의 심각함에 대해 제가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명하고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셨다니, 그 변호사와 꼭 상담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무고죄의 법정 형량은 어떤지, 최근 선고 형량 경향은 어떤지, 고소 취하라는 게 가능한지, 검찰에서 무고죄를 어떻게 대하는지, 검사들에게 '무고인지'라는 지표가 어떤 의미인지 말입니다. 장담하건대, 이 고소 건에서 유불리를 유죄 선고 가능성과 선고 형량만 가지고 따진다면, 박범용씨는 결코 저보다 유리하지 않습니다.

굳이 무고죄가 아니더라도, 데브기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참 암울합니다. 혹시 박범용씨는 이렇게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소로 인해 데브기어가 약간의 타격은 받을지라도 델파이와 C++빌더의 신버전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개발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라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되면서 추가되는 새로운 기능들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필수적이어서 무조건 사고 싶다는 개발자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추가되는 기능들도 물론 좋지만, 델파이와 C++빌더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래전 초기 버전들에서 이미 구현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 박범용씨를 제외한 데브기어 직원들(실제로 임원은 박범용씨 하나 뿐이니 임직원이 아니지요)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제가 아니라 박범용씨 자신입니다. 이런 일 벌이지 않았어도 됐습니다. 2007년의 약속을 즉시 지키기가 현재 사정상 너무 어렵다면,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고 하기만 했어도 저나 다른 델파이 연합 멤버들이나 충분히 수긍했을 겁니다. 저를 포함한 델파이 연합 멤버들로서도 데브기어가 잘되기를 정말로 바랍니다. 하지만 약속을 하고는 그걸 지키라고 하니 아예 못들은체하고 있으니 점점 더 강하게 압박을 할 수밖에 없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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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박범용씨와 데브기어가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박범용씨가 제가 델파이와 C++빌더를 설명할 때 언제나 그랬던 제 표정을 기억하신다면, 그래서 본인이 반드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속으로 맘먹을 때의 제 얼굴이 떠오르신다면, 지금 그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그만큼 진심입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제가 데브기어에 대해 경쟁사를 세운다거나 총판권을 뺏어오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걱정하셨다면,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니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 항상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제자리로 되돌리기는 어려워도 그래도 아직 충분히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결단하세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커피를 다섯 잔 마셨습니다. 아홉시 정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네시간 정도 걸렸네요. 저로서도 그렇게 힘들게 썼습니다. 그래도 이 미친 질주를 계속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제가 들인 시간에 대한 성의를 봐서라도 다시 한번만 읽어봐주세요.
현자아빠 [hjfactory]   2012-07-05 13:38 X
지훈님 데브기어 다 좋은데... 계속 둘다 좋았으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이진규 [drris]   2012-07-06 12:06 X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개발툴 특성상 개인 보다는 기업에서 구매를 진행하며, 기업의 자금 집행 특성상 판매가가 부당할만큼 높지 않은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비싸게 팔 수 있다면 비싸게 파는 것이 좋은게 아닐까요.
데브기어가 자선 단체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매출 향상 할 수 있다면 보편적인 범위안에서 가격의 적정선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퍼블리쉬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특권인 듯 하기도하구요.
..뭐,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12-07-06 13:22 X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의 볼랜드부터, 엠바카데로의 제품 가격은 전세계에 동일한 가격을 받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엠바카데로 본사에서 전세계 지사-총판으로 1년에 몇번 정도 계속 보내는 제품 가격표가 있는데요. 이것은 사실상의 가격 가이드라인이자 일반적으로 말하는 '권장소비자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전세계 어디서나 같은 가격을 받도록, 미국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호주달러화 등 주요 화폐로 표시되어 있고요.

이 가격표는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동일하게 되어 있는데, 예외적으로 오히려 인도 등에서는 30%가량 더 싸게 팔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세계 엠바카데로의 총판-지사들이 거의 동일한 가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 가격표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데브기어는 이 가격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대단히 특이한 경우죠.

게다가, 데브기어의 유통은 실제품이 전혀 없이 고객이 주문하면 데브기어는 제품값을 입금부터 받고는 주문장만 작성해서 본사로 보내고는 끝입니다. 그러면 본사에서 최종 고객에게 라이선스 메일을 보내주고 이걸로 끝입니다. 제품 주문 과정에서 데브기어가 하는 일은 없죠. 본사의 라이선스 메일이 발송된 것이 확인되면 서비스 차원에서(전혀 필요하지 않죠)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DVD 미디어를 보내주기는 합니다만 이 비용은 대단히 미미합니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서, 엠바카데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데브기어가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엠바카데로 본사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미국 달러 가격에 주문할 수 있는데, 역시 똑같이 본사로부터 라이선스 메일이 오기 때문에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그런데 데브기어의 요구로 엠바카데로 본사 쇼핑몰은 한국발 IP 주소에 대해 막혀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유형의 재화가 아니라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이것을 벤더측이 유리하게 해석해서 여러가지 고객으로서는 불리한 면들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SW는 회사를 청산할 때조차 중고 거래가 불가능하고, 병행수입을 법으로 보장하고 권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형재가 아닌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국내법의 예외로서 구입처를 제한받습니다.

그럼, 거꾸로 고객에게 유리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SW는 유형재가 아닌 라이선스, 즉 '권리'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관 입장권이나 월드컵 입장권도 엄밀히 말하자면 제품이 아닌 권리죠. 입장할 수 있는 권리 말입니다. 물론 이 권리는 양도가 가능하긴 합니다만, 권리의 측면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SW 사용권인 라이선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발권할 수도 있고 그렇죠.

그런데, 2014 브라질 월드컵 입장권을 한국의 구입처로부터 구입하면 가격이 50% 더 비싸다면 어떨까요. 종이조각 하나인데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유통비나 통관비 같은 것이 들어가서 비싸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제품이 아닌 '권리'이기 때문에 입장권도 소프트웨어처럼 관세를 당연히 내지 않는 것입니다. 즉, 이런 식의 국가별 가격 차별은 누구도 쉽게 용납하기 힘들 것입니다.

SW도 유형재가 아닌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간 수출입 과정에서 관세가 전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도 한푼도 내지 않습니다. 또 이건 입장권보다 더해서 그 실체가 종이 한장도 아닌 그냥 이메일 하나 뿐입니다. 주문한 시점에 본사로부터 전자 메일로 날아오는 거니까 유통비, 보관비 등은 전혀 0입니다. 차라리 데브기어가 없다면 한국의 개발자들은 그냥 미국 본사 쇼핑몰에서 미국 개발자들과 같은 가격으로 주문해서 라이선스 메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한국의 델파이, C++빌더 가격이 부당하고 억울한 이유입니다. 라이선스는 본사로부터 최종 사용자에게 직접 이메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든 더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단적으로 데브기어가 없어져버리면 전혀 차별받지 않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동일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이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육이나 세미나 등 별도의 사업을 하니까 추가 비용... 아 끝까지 듣고 싶지도 않은 논리입니다. 일단 미국가격과 동일한 가격을 받고 있는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도 세미나 같은 거 다 합니다. 거의 동일한 내용이고, 더욱이 이런 세미나 등의 행사 비용은 엠바카데로 본사에서 별도로 지원해줍니다. 이런 세미나에서 물론 각 지역 총판, 지사에서 개별적으로 돈을 더 쓸 수도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대부분 본사 예산으로 하는 행사입니다.

교육이나 출판은 어떨까요? 이 두가지 모두 제가 데브기어에 있을 때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한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압니다. 교육과 출판은 분명 본사 예산 지원이 없는 별개의 사업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익을 내고 있고 적자 사업은 아닙니다. 교육의 경우 수익이 좀 더 크고, 출판은 아주 적습니다. 어쨌든 적자이거나 어려운 사업이 아니고 분명한 자체 수익을 내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한국 가격이 올라간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불과 5~6년까지만 해도 볼랜드코리아의 교육을 키미아카데미라는 교육 전문업체에서 할 때, 키미가 볼랜드코리아에 보증금을 내고 이 권리를 득할 정도로, 분명한 수익사업입니다. 출판도 마찬가지겠죠? 수익을 내고 먹고사는 출판사의 역할을 데브기어가 할 뿐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JOON.FAFA님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은, 그동안 한국의 독점수입업체들이 가격을 더 받아먹는 데에 오랫동안 익숙해졌기에 현실적으로 익숙해진 것일 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정거래법 정도를 제외하면 이 문제를 지적하는 법률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따졌을 때 이 수입제품의 가격을 제한하는 법률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더욱이 앞서 말한대로 SW는 재화가 아닌 권리이고 그 실체는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이메일 하나이기 때문에, 굳이 미국 본사의 쇼핑몰을 한국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막아놓고는 한국에서 비싸게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심하게 부당한 일입니다.
이진규 [drris]   2012-07-16 17:49 X
..네, 지훈님의 말씀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맞는 말씀입니다.
소비자의 권리는 알 권리와 더불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판매자 역시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득할 권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의 판매가가 보편적인 공급가액보다 부당하게 높은 경우 수요 요건 불충분으로 인해 시장에서 도태되겠지만,
독점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니 공급 가액이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한 부분으로 바라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두고 기업은 다른 시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현 안건을 크게 횡으로 나눈다면, 소비자와 공급자라는 행이 생기지만,  종으로 바라보면 시장이라는 열 하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운영을 위한 자금 마련과 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 등등의 갖가지 비용을 가지고 가야하며,
시장이라는 틀안에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책임 소지 한도에서 수익을 창출할 권리가 존재합니다.

즉, 현재는 수요자와 공급자 범주 내에서 상호 문제제기로 인한 공급 가액의 변동을 시장 스스로 조절되도록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를 제 3자가 지켜보는 관점에서 부조리한 부분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인 의견으로 커뮤니티 등에 시사할 수는 있겠으나,
이슈화하고 확대 시키는 것은 공급자인 기업 측에서는 권리 침해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어쩌다가 데브기어의 변호를 하는 꼴이 되었지만,
말씀하신데로 제가 몸담고 있는 산업 구조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많이 볼 수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법적 공방까지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만, 지훈님의 의견은 커뮤니티 내의 의견 개진 정도로만 하시는 것이
추후에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고소 고발 건 같은 골때리는 사안이 발생치 아니하는 길이 아닐까하는 제 주관적 견해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또 자주가는 커뮤니티가 다시 혼란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하구요 ^_^




박지훈.임프 [cbuilder]   2012-07-19 15:46 X
아무래도, 근본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신 듯 합니다. 데브기어라는 회사가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델파이와 C++빌더를 소개한 회사가 아닙니다. 개발자들이 먼저 해외에서 알게 되어서 그것이 개발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많아진 것입니다. 그 이전의 볼랜드코리아도, 한국볼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국내 판매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해온 역할은, 시장을 만들고 키우기보다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아서 시장이 되니까 미국 가서 총판 계약해서 갑자기 가격을 올려놓은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 데브기어가 없어도 거의 상관이 없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본사 쇼핑몰에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매되는 공정한 가격에 구입하게 됩니다. 실제로 해외에 그런 나라가 아주 많습니다. 즉 없어도 되는 데브기어라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전혀 불필요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여러번 썼다시피 데브기어가 델파이나 C++빌더를 한국에서 유통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0원입니다.

한국에서 본사 쇼핑몰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은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없는, 비정상적인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울트라북을 사려고 여러 모델들 중에서 고르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가 고른 모델이 한국 총판의 가격 정책으로 인해 미국보다 너무 비싼 경우라면, 저는 미국에 있는 후배한테 부탁하거나 아마존에서 해외 배송을 하는 셀러에게 주문을 해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가격에 국제 운송비 정도만 더 물면 되죠.

그런데 델파이나 C++빌더에는 이런 운송비가 안들어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유통사 입장에서도 운송비, 보관비, 이런 거 전혀 안들어갑니다. 라이선스의 실체가 패키지가 아닌 이메일이기 때문입니다.

JOONO님이 말씀하시는 '제품에 대한 기업의 권리'는 분명히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발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로서, 존중할 기업은 델파이, C++빌더를 만든 엠바카데로라는 기업이지, 없어도 되는데 괜히 중간에서 독점권을 따내서 중간에서 가격을 더 올려놓는 독점유통사가 아닙니다.

델파이와 C++빌더는 복잡한 통관 절차나 유통 비용, 창고 비용 등이 들어가는 제품이 아니며 그런 비용이 제로이고, 게다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가 가능한 제품이며, 또 그 직거래를 위해 생산자 측에 온라인 쇼핑몰도 있는데도 그 쇼핑몰 접근을 강제로 막고 돈을 더 받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공급자인 기업'은 데브기어가 아닌 엠바카데로이며, 데브기어는 마땅한 이유 없이 중간에 끼어서 돈을 더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래도 데브기어가 한국에 존속할 이유는 있습니다. 한국의 델파이, C++빌더 시장을 확대해서 그것이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말입니다. 물론 데브기어의 창업부터 제가 함께 했던 이유가 그거였고요. 그렇지만 그건 독점유통권을 가진 기업의 입장에선 국내 개발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사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활동이며, 따라서 그것이 가격을 더 높일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집을 사거나 팔 때 대부분 부동산 중개인이 개입해서 거래를 하게 되죠. 그런데 사실은 부동산이 한군데가 아니라 둘 이상이 개입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한쪽은 매물을 가진 쪽, 다른 한쪽은 사려는 고객을 가진 쪽이죠. 수수료가 5%인 경우 중개인이 3명 개입되었다고 해서 5%씩 총 15%를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죠? 거래에 참여한 중개인 수만큼이 그 5%를 나눠가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 이 개발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서, 원래 공정한 제품 가격에 녹아있는 수십 %의 공정 이익과 별개로 다시 제품 가격의 50% 정도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이고,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우리가 아니고 다른 데서 사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윽박지르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고소 사건은,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소 취하 과정에서 수십번의 사과를 받았으며, 전 단 한번의 사과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데브기어가 저를 봐준 것이 아니고 제가 데브기어를 양해해준 것입니다. 위 본문에서도 썼다시피, 저는 제 주장이 진실임과 공공성을 충분히 소명한 만큼 유죄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고요. 반대로 무고죄로 상대측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컸습니다. 물론 제가 겁이 나거나 지쳤던 것은 상당부분 사실이지만, 저는 끝까지 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전혀 중단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위 본문처럼 그만하라고 글을 쓴 것은,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데브기어를 위해서 쓴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가격 문제를 거론하는 수위나 횟수가 전보다 줄어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고소 사태에서 코너에 몰렸던 건 제가 아니고 데브기어였으니까요. 지난주부터 한달간 데브기어와 백그라운드에서 가격 문제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합의가 결렬되거나 합의가 되었다고 해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시 공개적으로 가격을 비판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물론 저도 제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다른 사람이 나서지 않는 한은 끝까지 달려보는 수밖에요. 10년 넘게 제가 붙잡았던 문제에서 제가 지쳐 떨어지고 나면 누가 감히 시도라도 해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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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2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만하시지요. 박지훈.임프 5281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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