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말하건대, 난 어르신들을 깍듯하게 모시는, 예의바른 대한민국의 젊은이다. (젊은이는 좀 어폐가 있나...?)
그건 그렇고... 그저께 버스 정류장에서 본 장면. 버스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내 바로 앞에서 노인 한분과 젊은 여자애 셋이 옥신각신한다.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애들 셋은 좀 발랄해보이긴 했지만 딱히 까져보이거나 불량해보이지도 않았는데, 노인이 혼자서 열을 막 올린다.
옥신각신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사연인 즉슨, 서로 마주쳐 지나가던 중, 여자애 하나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노인의 손등에 살짝 부딛혔다. 여자애는 지나가면서 즉시 노인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는데, 노인이 발끈해서 여자애들을 불러 세우고 열을 막 내는 거였다.
내가 아픈 사람이야! (전~혀! 아파보이지 않음) 그런데 그 무거운 걸로 내 손을 쳐서 손이 이렇게 부어올랐잖아! (전~혀! 부어보이지 않음) 그런데 사과도 안하고 그냥 지나가? (사과 했음) 그게 사과야? 서서 공손하게 사과를 해야지! (절이라도 바라는 투) 어디서 이따위로 배웠어?
그 와중에도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은 여자애들은 억울하면서도 연신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있었음. 몇번은 허리도 숙여가며. 그런데 이 늙은이는 도대체 뭘 바라는지 수십번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데도 절대 안놔준다. 아주 방방 뛰며 온갖 난리를 다 피우고, 아예 말이 안통하니 상대 안하려고 돌아서는 여자애들을 다시 팔을 잡아 돌려놓고 연신 핏대 올리면서 삿대질을 해댄다.
그러더니 경찰서 가자면서 애들을 끌고 옆에 있는 파출소쪽으로 끌고 간다. 시간이 둘째가 유치원에 돌아올 시간에 딱 걸렸는데 애들 봐주는 아줌마가 늦게 온다고 해서 따라가서 억울한 애들을 도와주질 못했다. 마침 버스가 와서 타고 그 일행이 가던 방향을 보니 사라지고 없다.
썩을 미친 늙은이. 맘같아서는 확 옆차기를 해버리고 싶었다. 이런 새끼들은 절대 '어르신'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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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라가서 도와줘야 했던 게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니 그애들이 많이 걱정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