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파이 멸망론이 처음 등장한 때는, 아마도 안델스 헤이즐버그가 당시의 볼랜드사를 관두고 MS로 이적했던 때라고 본다. 델파이의 아버지가 엠에수로 야밤도주했으니, 이제 델파이는 조만간 망할 것이다라는 예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델파이 버전이 대략 5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 예언은 적중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었다. 이때부터 델파이는 혁신은 없고 현상 유지와 서드파티를 덤으로 끼워 새버전이랍시고 팔아먹는 작태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버전 6 에 등장한 칼릭스는, C++ 라이브러리인 QT의 도움을 입어 만들어졌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향후 델파이 버전은 자체 컴파일러 대신 LLVM로 대체할 예정이라는데,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때부터 델파이 개발진들은 컴파일러 만드는 실력에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안정된 델파이 버전이라고 하는 7은, 사실 별기능 추가없이 버그만 고쳐서 서드파티 몇개만 끼워서 나온 버전이다.
그러나, 이때까지 굳건하게 델파이 광신도였던 나는, 델파이의 화려한 영광은 다시 도래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
당시 델파이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말도 안되는 유치한 판매정책과, 델파이로 번 돈을 엉뚱한데다 쏟아붙기를 반복하는 델파이 상위 책임자들, 즉 경영진들의 무능함이 매우 심각했다.
그래서 나는 델파이가 코드기어라는 회사로 독립을 하고, 후에 엠바카데로로 넘어갔을때 내심 기뻐했었다. 드디어 저 무능한 델파이 경영진들이 물갈이되서 델파이가 진정으로 거듭날수 있겠구나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내 기대와는 달리, 저 무능한 경영진들은 고스란히 코드기어로, 다시 엠바카데로로 함께 넘어갔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후로도 웃기는 판매정책과 안일한 개발 정책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델 사용자들이 오브젝트 파스칼 문법 중에서 아주 오랫동안 요구한 기능 중 하나가 클래스 메서드와 속성, 클래스 초기자 등의 기능이었는데, 그것이 겨우 2007 버전에서 일부 들어가게 된다.
델파이는 초기버전 이래로 2007까지 오브젝트 파스칼 문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기막히지 않는가? 초기버전이 너무 완벽했었나? 아니면 델파이 개발진들이 언어 기능 추가를 꺼려했었나? 아니면 서드파티 개발자들을 위해서 버전호환성을 유지하고자, 언어기능 추가를 보류했었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래도 나는 2007에 드디어 등장한 클래스 메서드와 클래스 속성을 보고 감동을 먹었다. 이제 델파이가 다시 발전하는가 보다라고... 그런데, 젠장할... 이왕 만들어 줄거면 클래스 초기자(생성자)도 만들어 주지, 이건 왜 2007 버전에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2006 버전부터 시작한 델파이 IDE의 허접하고도 많은 버그들 때문에, 델파이 사용자들의 아우성이 매우 씨끄러웠지만, 델파이 커뮤너티들은 그 모든 잡음을 싸그리 제거시켜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 알게되었다. 당시 Team B라는 델파이 커뮤너티에서는 델파이 불만자들을 숙청하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열렬히 구독했던 델파이 매거진이 폐간된 시점도 2007 버전 즈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여전히 광신도였던 나는, 엠바카데로로 옮겨간 델파이의 저력을 믿었고, 2009에 드디어 지네릭과 유니코드 기능이 지원된다는 것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구매하게 된다. 닷넷같은 현대 언어에 비해, 매우 낙후된 오브젝트 파스칼 문법에서, 지네릭은 가장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기대의 결과는 참혹했다. 앞으로 당분간 델파이 새버전을 구입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할 정도로, 2009는 엄청난 버그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엠바카데로는 도대체 사용자 테스트 혹은 유닛 테스트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고 만드는가 의심이 갈 정도다.
이후 델파이 새버전들을 조금씩 살펴보긴 했지만, 추가되는 기능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완성이며 버그투성이고, 해마다 가격은 슬금슬금 올리고, 1년마다 버전업을 해대니, 만일 그 버전들을 모조리 샀다면, 버전관리에 머리가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델파이 프로 버전의 가격은, xe때 5-60만원대로 기억하는데, xe3은 어느새 백만냥으로 올라가버린 모양이다.
지나간 과거 상황들을 종합해 봤을때 볼랜드, 코드기어, 엠바카데로 모두,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악덕기업이다. 나는 왜 이런 악덕 기업들에 충성을 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델파이 사용을 권하고 사라고 그리 설득을 하고 다녔을까?
나를 포함한 델파이 커뮤너티 상당수가 이 악덕기업들의 말도 안되는 행위들을 매우 옹호적으로 편들어줬다는 고약한 냄새를 지울수가 없다.
언젠가부터 델파이 커뮤너티에서 델파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며, 그것은 전체 커뮤너티의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 간주되었단 말인가?
우리는 개발자일뿐, 코드기어나 엠바의 봉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토론과 비판을 통해서 더 나은 개발툴, 더 저렴한 가격에 개발툴을 살수 있도록 도모해야 하지 않는가? 왜 델파이 커뮤너티에서는 델파이를 비난하면 안되는가? 비판은 귀에 거슬리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광신도에서 벗어나 델파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순간, 나의 큰 잘못을 깨달았다. 나는 어느 새인가 비판을 싫어하고 내 현실을, 혹은 내가 가진 것, 내가 익숙한 것을 옹호하는 수구 꼴통 보수주의자가 되어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개발자의 자질중 매우 중요한 것이, 객관성과 논리인데, 그것을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잃어버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행인 것은, 4년전 쯤에 이 게시판에 올린, 델파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거의 동일한 내용의 글에 비해서, 얼마전에 올린 글은 별로 반론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올린 글에는 상당수의 델사용자들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나를 공격하였으나, 얼마전 올린 글은 오히려 동의하는 댓글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불행인가 다행인가?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안타깝게도, 이제 델파이는 정말로 끝장났다에 대해서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정말 다행인 것은, 델파이가 끝장 나던 말던, 우리 개발자들은 살아 남을 것이란 사실이다. 결코 델파이 수명과 자신의 수명을 동일시하는 착각은 하지 말자.
델파이는 개발툴일 뿐이고, 나는 개발자일 뿐이다.
자가용이 사라진다해도 자전거로 출퇴근 할수가 있다. 이 뻔한 사실을 왜 나는 잊고 있었을까?
|
그 근거로 삼으신 몇가지 사항은 수정이 필요할 듯 합니다.
먼저 앤더스 헤이즐버그가 MS로 옮겨간 것은 1996년도 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nders_Hejlsberg
델파이 5는 1999년에 나왔고요.
http://en.wikipedia.org/wiki/Borland_Delphi
그리고 델파이 XE의 국내출시가격은 139만원이었습니다.
http://www.imaso.co.kr/event/dev/devevent.htm
이 글과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4년전에 여기에 올렸다가 다구리를 당하셨다고 적으셨는데...
2007~2008년 사이의 글 중에서는 못찾겠네요. 링크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