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삶도 없는 ‘IT 한국’ 개발자 결국 닭집 사장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scienceon/558134.html
SI 업계의 비관적인 현실을 지적하는 것도 좋고 그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데, 그걸 한국 IT 업계 공통의 문제인 것처럼 사사오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이런 문제 제기들은 대부분 SI 업계만의 문제에 가깝다. 그런데 전체 IT 업계가 다 그런 것처럼 해서 괜히 SI가 아닌 다른 IT업계들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면이 상당히 크다. 솔루션 업계나 하드웨어 제어, 정규직 사내 업무 개발 등등.
나도 업체측과의 관계 등의 이유로 SI 작업도 꽤 하긴 했지만, SI가 아닌쪽 개발자들이 SI 개발자들과 공유할 공감대는 별로 많지 않다. SI쪽이 프리 대 정규직의 비율이 10:1이라면, 솔루션쪽의 경우 1:10에 가까울 정도로 정규직이 압도적이고, 연령에 대한 제한도 그렇게 심하지 않고, 처우도 미국이나 유럽만큼은 아니어도 우리나라의 다른 일반적인 업계만큼은 된다. 즉, SI 업계만 유독 그런 것.
말이 나온 김에 마저 써보자면... SI 개발자들이 노조 만드는 것도 좋고 사회 정의 차원에서 지지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건 'SI 노조'지 'IT 노조'가 아니다. 제대로 IT 노조를 만들려면 SI 노조 분과와 솔루션 노조 분과, 장비 노조 분과 등등 국내 대부분의 IT 세부 업계 노조 분과를 만들고 그걸 통합하는 IT 노조가 올라서야 정상이다. 그런데 SI 개발자들끼리만 모여서 자칭 'IT 노조'라고 하니 다른 업계의 개발자들을 어이없는 바보 만드는 것. 참여하지도, 무시하지도 못하고 맘만 불편하게 만드는 셈.
SI 개발자들에겐 이런 말이 '강건너 불구경'처럼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솔직히 솔루션 개발자들의 입장에선 글자 그대로 강건너 불구경이 딱 맞는 말이다. 크게 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기본적인 공통점 외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IT 업계와 자동차 업계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일하는 방식, 방법론, 근무 조건, 페이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다.
그런데 강 건너편 SI 업계에서 불이 났는데 강 이쪽 SI가 아닌 IT 업계에도 불이 났다고 얘기하니 참 난처하다. SI와 솔루션쪽 개발 작업이나 근무 환경은 완전히 다른데. 게다가 강 이쪽편에서는 강 건너편 SI 업계의 불을 끄는 데에 별 도움을 줄 방법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 'IT 업계의 문제'라고 칭하는 걸 보면, SI 개발자들은 다른 IT 업계와 SI 업계의 차이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나본데, 천만에. 완전히 다르다. 내 경험으로 보면, 같은 언어와 툴을 사용하더라도, SI 개발자와 솔루션 개발자는 5~7년차가 넘어가면 호환이 아주 어렵다. (물론 SI 프리랜서로서는 이 연차 쯤이 가장 수요가 많고 벌이도 좋을 때이다 보니 이때쯤엔 빠져나올 생각을 쉽게 먹기 어렵기도 하지.)
SI 업계에서 일하면서 '한국 IT 업계의 문제점'을 절감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SI 업계를 빠져나오는 것이다. 어디로? 다른 업계들도 많지 않나. 물론 SI로 경력을 채운 개발자가 솔루션 업계 등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력 년수가 많을 수록 더 어려워진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빨리 빠져나오지 않으면.
한국 SI 업계가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들은 여러가지이겠지만, 내 생각에 그 중 하나는 SI 개발자들이 그런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불평하면서도 거기에 그대로 머물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본다.
박지훈님 글도 재미가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