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강풀의 만화 '26년'을 영화화하는 제작 두레에 투자를 했었는데요. 어제 그 투자자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 영화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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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26년 투자자 시사회 감상평. 보신 분이 더 많으실테니 강풀의 원작 만화를 보셨다고 간주하고 쓰겠습니다.
이전에 강풀의 만화를 영화화 할 때마다 만화의 느낌과 스토리를 얼마나 살리고 얼마나 새롭게 꾸미느냐가 상당히 딜레마였는데요. 너무 많이 바꿔도 너무 똑같이 해도 이상했죠. 저번에 개봉했던 '이웃사람'은 상당히 괜찮았는데, 그 이전의 영화들은 대부분 실패한 것도 이 원작을 얼마나 살리느냐에서 실패한 듯한.
등장 인물의 싱크로율은 대단히 높습니다. 영화화를 하면서 이렇게 멋지게 싱크로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가 거의 똑같습니다. 주요 배우들과 주변 인물들의 연기력도 아주 좋더군요. 누구 하나 지적할만한 빠지는 연기는 없었고요, 가장 많이 설치는 배역인 진구(진배 역)의 연기가 아주 볼만했습니다. 쌈판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날아다니더군요. ㅎㅎㅎ
특히 전대가리역의 장광씨의 포스는 쩝니다! 옆차기를 해버리고 싶은 그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얼마나 실존인물 전대가리를 영화상에 띄워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100% 달성이라고 봅니다. 스크린을 보면서 이빨을 갈았을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만화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살리되 첨가, 변형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후반 1/3 정도는 만화의 마지막 씬 이후의 스토리입니다. 즉 만화에서는 마지막 총성이 울리는 순간까지인데, 영화에서는 그 이후의 스토리가 1/3 정도 더 있습니다.
원작의 전체적인 시놉시스는 같은데 원작 만화의 스토리와 다르게 배리에이션을 준 디테일 부분들이 아주 많았는데요, 원작의 스토리라인과 엉성하게 섞이지 않고 너무 잘 조화가 되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액션, 상당히 좋았습니다. 당연히 블록버스터 급은 아니지만 의외로 치고 나오는 액션들이 실감이 잘 살아나서 액션 영화로 생각하고 보더라도 괜찮겠더군요. 전반적으로 멜로 라인이 좀 희박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영화의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을 듯.
영화보실 분들께 주의점... 초반... 좀 잔인한 부분이 있습니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수위가 좀 셉니다. 저희 마눌님은 눈 가리고 못봤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보기 시작하셔야 할 듯.
영화 전반의 현실감이 아주 좋습니다. 실제 서울 시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당연한 일이긴 한데, 대부분의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에서 보는 억지 설정이 거의 없습니다. 오늘 당장 저런 사건이 발생해 뉴스에 나올 수도 있을 정도의 상황들이라 리얼리티가 높고, 중간중간의 액션신들도 과도하지 않아 현실적이지만 충분히 긴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돈을 마구 퍼부은 블록버스터처럼 후련하지도, 로맨틱코메디처럼 알콩달콩한 느낌은 물론 아니지만, 제 아까운 시간을 들여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
참, 영화판에서는, 복수 그 자체보다 사죄를 많이 강조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
원작자 강풀님의 배려로, 지금도 무료로 볼 수 있게 열려 있습니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kangfull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