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으로 이사 온지 이제 딱 4주.
난 별로 모르겠는데 마눌님이랑 최근 다녀가신 친가 처가 부모님들이 한목소리로 내 얼굴과 팔다리가 새카매졌단다.
언뜻 보면 농군 같다나.
주변 분들을 한분 한분씩 알아가며 인사를 하고, 크고 작은 신세도 지고. 어느새 조금씩 몸과 마음이 조금씩 시골사람이 되어가는 듯.
흙 만지는 게 점점 땡긴다. 흙바닥을 기며 잔디 심고 자잘한 묘목 심고 배수로도 좀 파보고 집도 여기저기 조금씩이나마 손보고.
그러고 보니 이사 후로 가장 자주 들렀던 곳은 가게는 마트도 은행도 아닌 철물점. 이미 철물점 주인 내외 모두 날 알아본다.
상반기에 굵직한 플젝이 두개나 캔슬됐으니 하반기 프로젝트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데 마음은 한없이 느긋하다.
호미와 괭이 삽 등등이 키보드보다 날 더 잡아끈다.
어릴 때부터 마흔이 넘도록 효율과 민첩함만 생각하면서 서두르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느림과 기다림의 편안함을 조금씩 배워간다.
하긴 어떤 것이 그리 급하랴. 뼈를 묻을 땅을 찾아 발목까지 심었는데.
아직 살 날은 많이 남았으니 굳게 뿌리를 내려라. 느리게 더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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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면 그 또한 힘들고 고민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심속 콘크리트 속에서,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고
또다시 콘크리트 속 침대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면 땅을 밟으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무척 동경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