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가 지디넷 매리 조 폴리 기자와 긴급 인터뷰한 내용이 떴네요.
Microsoft's Ballmer on his biggest regret, the next CEO and more
http://www.zdnet.com/microsofts-ballmer-why-microsoft-doesnt-want-to-be-ibm-or-apple-and-more-7000019812/
아래는 제 맘대로 이해한, 초간단 요약과 제 소감입니다.
1. 사임이 결정된 것은 겨우 이틀 전 이사회에서였다.
- 본인은 몇달 전부터 고민해왔다고 둘러대지만, 관둘 사람이 후임도 없는데 MS 사상 최대의 조직 개편은 왜 하나.
2. 사임에 빌 게이츠는 관여하지 않았다.
- 하지만 말의 뉘앙스로 봤을 때는 사임 압력이 게이츠의 의도적인 묵인 아래에 이루어진 것으로 느껴짐.
3. 관두고 나면 뭐할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 발머는 쫓겨난다는 것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은데 강제 퇴임임을 밝히지 않기로 약속한 듯한 느낌.
4. MS에서 자신의 자랑스러운 일 하나만 찍어보라는데 구체적으로 찍지 못했다.
- 발머도 자기가 내세울 게 없는 건 알고 있다.
5. 가장 후회되는 것을 꼽으라니 '롱혼-비스타'를 꼽았다.
롱혼은 비스타의 초기 코드명이었는데, 롱혼은 원래 2004년에 출시 예정이었다가 무려 세번이나 출시가 연기된 끝에 2007년에 비스타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죠. 원래의 원대한 계획들은 엄청나게 수정되었고, 출시 후에도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습니다. 즉, 그가 실패한 것이 '비스타'라고 하지 않고 '롱혼-비스타'가 실패했다고 대답한 것은 롱혼의 잇단 연기와 이름 변경, 출시 이후의 혹평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발머가 롱혼을 대표 실패 사례로 든 것은 전혀 솔직하지 않은 대답입니다. 왜냐하면 롱혼의 실패는 그나마 윈도우7에 이르러 상당부분 만회를 해냈지만, 현재 비스타보다도 더 실패중인 윈도우8/윈도우RT/서피스RT/윈도우폰 등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들은 현재 진행형인 문제들이고, 이것들을 후회되는 것으로 언급한다면 현시점 MS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당연히 말하지 않는 것이 CEO로서 발머의 정답인 거죠.
결국 아직 정해지지 않은 차기 CEO가 이런 대박 실패중인 제품 전략들(윈도우8/윈도우RT/서피스RT/윈도우폰)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것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됩니다. 아마도 공개되든 되지 않든, 이사회로부터 이들 전략들에 대한 전권, 혹은 전권에 준하는 강력한 처분 권한을 보장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