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부부는 결혼하고 십몇년 동안 하도 구두쇠로 살아와서.. 지난해 이맘때 설악으로 이사오면서 큰맘먹고 여러가지를 질렀다. 그중에 전기레인지가 있는데... 사진의 제품과 동일 모델인 듯.
전기레인지... 절대다수 주부들의 로망중 하나. 일단 졸라 있어 보이는 외관에, 국물이 끓어넘쳐도 청소는 쓱 닦기만 하면 끝나고, 불날 염려 없고, 뭐 주부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장점이 많다. 게다가 연소를 안하니까 겨울철 실내 공기가 탁해지는 일도 없다.
이 좋은 전기레인지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전기 먹는 하마라는 거다. 단위 시간당 전기 소모량으로 보면 에어콘은 전혀 쨉이 안된다. 후달려서 감히 따져볼 생각도 못했지만, 어림짐작으로는 적어도 에어콘의 서너배 이상은 된다.
이거 2구 켠 상태에서 콘센트에 하나만 더 꽂아도 차단기가 내려간다. 에어콘은 풀로 틀어놓고 티비에 셋탑에 피씨까지 연결해서 다 켜도 단 한번도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태양광발전 달았으니 쓰는 거지, 그냥 일반 가정용전기 요금으로는 절대 감내가 안되는 수준이다. 태양광 달기전에 이거 달고 첫달에 갑자기 전기료가 광란의 춤을 추는 걸 보고 한 2주동안 감히 이걸 켤 생각을 못하고 창고에서 캠핑용 2구버너 꺼내서 조리를 했었다.
전기레인지 방식에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 방식으로 나뉘는데, 인덕션이 효율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집 꺼도 나름 하이라이트 중에서는 효율 높기로 유명한 고가 모델이다. 근데 인덕션이래봤자 열효율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하이라이트보다 꽤 비싸다.
게다가 인덕션은 냄비를 가린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인덕션레인지는 직접 발열을 하는 게 아니라 냄비에 유도 발열을 시키기 때문에, 일단 금속이 아닌 것은 무조건 못쓰고, 그중에서도 자석에 붙는 냄비만 쓸 수 있다. 스텐레스 중에서도 자석에 붙는 게 있고 안붙는 게 있는데, 인덕션에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 냄비를 사야 한다.
이걸 모르고 '더 좋은 거'라는 말만 듣고 인덕션방식을 구입한 주부들이 집안 냄비 다 갖다버리고 새로 다 장만하는 상황 흔히 발생한다. 주부들의 전기레인지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냄비 다 갖다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사실 벌써부터 다 바꾸고 싶었어요' 하며 자위하는 아줌마들도 흔하다. 그래서 하이라이트 방식이 일반적으로는 정답이다.
말이 좀 샜는데, 요약하자면, 한여름 에어콘 전기료에 긴장하는 가정이라면 전기레인지는 구입 안하는 게 정답이다. 그래도 꼭 사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를 겸용으로 쓰는 모델을 추천하고 싶다. 싱크대에 화려한 전기레인지 장착해놓고 그 아래에 쪼그려 앉아 부루스타에 밥하는 사태를 피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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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레인지 아내가 몇년전부터 집에 들여놓고 싶어하는 건데요..
반식욕기가 365일 돌아가서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데 이 글보고 전해줘야 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