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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92] 40대 개발자가 되어 40대 개발자를 생각하다
박지훈.임프 [cbuilder] 15203 읽음    2014-04-10 14:12
가슴아픈 40대 개발자들의 이야기. 길고 긴 댓글들의 행렬을 하룻밤을 넘겨 하나 하나 곱씹어 읽었다. 나도 딱 그정도의 40대로서 동감도 많이 되고, 가슴도 갑갑하고..

https://kldp.org/node/123397

...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수긍해라, 이런 식의 주장도 많이 보는데,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많다. 40대이면 물론 20, 30대보다 빛나는 재기나 빠른 습득은 어렵다. 40대부터는 경험의 힘이 주된 경쟁력이 된다. 그런데 이 SW 업계의 본질적인 면들 중에 가장 나쁜 면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나와 기존 기술을 뒤엎으려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업계들은 그렇지 않다. 나름 어렵다는 의학계는 어떨까. 업계를 뒤흔드는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이 나온다고 해도, 기존의 메스 들고 배째는 기본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신약이 나온다고 해서 기존에 백년 이상 잘 써온 페니실린이 하루아침에 폐기되는 일도 없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처방 방법이 완전히 바뀌지도 않는다. 어떤 신약이 나온다고 해봤자 그 투약방법은 주사, 경구, 피부, 항문 등등의 수백년에서 수천년 전부터 써온 닳고 닳은 방법 그대로다.

근데 SW업계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매번 기존의 컨셉이 뒤집힌다. 바닥부터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기존의 접근 방법은 완전히 틀려먹었다고 우기고, 그걸 개발자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이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개발자들을 몇바퀴나 되돌릴 정도로 새로운 기술들과 방법론들이 쏟아져나왔지만, 10년, 20년 전보다 개발 생산성이나 완성도나 고객의 만족도의 총합은 그닥 올라가지 않았다. 생산성을 올리는 기술,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론을 도입하면 반대로 완성도나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는 식이다.

같은 IT업계라고 해도 HW 업계는 그렇지 않다. 전자산업도 대단히 빠르게 발전하지만, 일정하고 안정된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신기술들이 쏟아져나와도 이전의 토대를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것들은 드물다.

이런 면을 극복하려면 개발자들이 쏟아져나오는 기술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어느 벤더에서 어떤 삐까번쩍한 기술이 나왔대, 하면 우루루 달려가서 마구 배워댄다.

학계가 아닌 산업계에서 만들어낸 '기술'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미끼다. 지식 전달의 목적이 아니라 자기네 제품을 더 많이 팔리게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본질의 바닥에서 보자면 학문보다는 마케팅의 영역이다. 그걸 개발자들이 '이런 신기술의 컨텐츠를 공짜로 제공하다니!'하면서 황송해하며 허겁지겁 먹어대는 것은 슬픈 풍경이다.

...

아마도 이미 40대를 넘어간 세대와 지금의 40대 개발자들의 환경은 비슷하면서도 또 상당히 미묘하게 다를 것이다. 더 좋은 점도 있겠고 더 나쁜 점도 있겠고.

현재 기준으로 40대 개발자들은 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 출생이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의 IT 업계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확대시킨 세대다. 시작한 연령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사이에 개발 공부를 시작했고, 90년대 중후반에 사회에 진출했다.

내 기억으로 그때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IT업계', 'SW업계'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PC도 있었고 대형 컴퓨터들도 있었고 프로그래머들도 이미 있었지만, 이전에는 업계는 없었다. 이전의 프로그래머들은 업계 개념이 거의 없는 허허벌판에서 최초의 정복과 개척을 했다. 이전 세대는 첫 개척 세대들이기 때문에 더 힘든 점도 많이 있었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무주공산이기도 했다. 업계 자체가 없었으니까.

나를 비롯한 지금의 40대 세대들은 처음으로 '업계'를 형성한 세대다. 프로그래머라고는 극소수의 마니아만 있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프로그래머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찾아보려고만 하면 주변에서 '나같은' 프로그래머들을 꽤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세대는 이 나라 IT업계의 첫 세대는 아니고 다음이나 다다음 세대쯤 되지만, 최초로 산업화의 형태를 형성한 세대다. 그래서 '처음' 도전하는 어려움은 적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초'의 프리미엄은 적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적기는 하지만 50대 개발자도 60대 개발자도 있다. 오랫동안 개발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지인의 폭이 넓어지다보니 50, 60대 개발자분들을 열 몇명 정도는 만났다.  이런 선배 개발자분들은 물론 완전한 황무지를 곡괭이 하나만으로 개척했던 분들이지만, 적어도 나보다 10년, 20년 정도 앞에서 갔기 때문에, 한창때인 30대, 40대 때에 다른 개척자와 밥그릇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은 적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최초의 업계화된 IT업계를 열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가 된다. 물론 우리보다 후배 세대는 몇배 이상으로 훨씬 더 많아졌지만, 눈만 돌리면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것이 우리 세대다.

게다가 우리 세대는 90년대말, 2000년대 초의 정책적인 개발자 양성 정책 이전에 순수하게 개인적인 관심이나 열정만으로 개발자 인생을 시작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인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후퇴하고 돌아설 여지도 많지 않다. 즐거워서 시작해서 신나게 달리다보니 막다른 골목에 부딛힌 것이다.

...

이 지점에서, 오직 지금의 40대만이 겪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인용한 글타래에서 40대인 개발자들이 반복해서 토로하는 상황이, "나이 안따진대서 면접 갔는데 팀장이나 연구소장보다 나이가 많다고 리젝됐어요" 이런 상황이다.

물론 다른 업계에서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W 업계에서 지금의 40대 개발자들은 너무나 자주, 일상적으로 부딛히는 일이다. 다른 업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이건 단지 40대가 '퇴물이라서' 기업에서 받아주지 않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도 40대에서도 여전히 뛰어나고, 또 20, 30대보다 더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40대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자체가 기본적으로는 능력을 증명하는 셈이니까. 그럼 진짜 문제는 뭘까.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SW '업계'를 형성한 최초의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보다 선배 세대는 너무나 희소해서, 그런 선배들이 팀장,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동시에 우리 세대보다 아래의 세대, 즉 30대 중후반의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숫자가 더 많다. 이런 이유로, 어떤 기업에 면접을 갔을 때 그곳의 팀장 혹은 연구소장 대부분은 나이가 많아봐야 우리 동년배이고, 더 젊은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그러니 나이 역전 문제로 채용을 저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이 숫자에 대한 존중, 이걸 미풍양속이라고들 하는데, 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폐단에 가깝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기술적으로 나보다 더 뛰어나거나 인격적으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존중을 해야 한다는 건 업계의 시각에서는 불합리하다. (물론 업계가 아닌 사회적인 측면은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이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배운게 있어서 나이가 들고 나면 때때로 젊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고 나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이런게 기업 조직에서 더 나이 많은 직원을 지휘해야 하는 관리자에게는 무시하지 못할 장벽이 된다.

나이 숫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관습이 수천년간 지배해온 나라에서, 관리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을 이끈다는 것은 큰 부담이 분명하다. 나이 숫자를 덜 따지는 영미권에서 40대 개발자 문제가 우리보다 훨 덜한 이유도 이것일 것이다. (전혀 없지는 않다고 들었다)

요약하자면, '팀장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리젝됐다'는 상황의 원인은, 우리가 산업화된 SW업계의 1세대이고, 동시에 나이 숫자에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되는 관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니, 아마도 지금 30대인 개발자들은 40대가 되어서는 우리보다는 이런 문제를 덜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흐른 후에는 그들에게는 우리 세대가 있어서, 자신들보다 더 나이가 많은 우리 연배가 팀장이나 연구소장으로 앉아있는 경우가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자면... 이건 새로운 업계 개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갈 수밖에 없는 단계의 문제일 수 있겠다. 성숙한 업계가 아닌 새로 만들어진 업계의 선두에서 길을 만들며 걸어왔기 때문에, 나이가 들며 겪어가는 모든 문제가 생소하고 기존에는 없었던 문제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가지만 덧붙여서... 40대를 경험해보지 않은 20, 30대의 버릇없는 패기는.. 버릇없다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자. 혈기 넘칠 때 미리 40대와 50대, 노년을 걱정해서는 인생이 참 서글프지 않나.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은, 후배 세대가 윗 세대가 자신들보다 앞서가며 길을 더 넓혀놓았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들이 조금쯤은 덜 고생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30대 개발자들이 40대가 되어 '아 선배들이 말했던 40대 개발자의 어려움이 이런 거였구나'라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때쯤, 우리는 또다시 50대, 60대 개발자로서 완전히 새로 겪는 문제에 부딛혀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라 어떻게도 해결책은 없는 것이지만... 똑같은 고난을 겪더라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다면 막무가내로 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어서 써봤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40대 개발자들이여.
살아남아서 다시 만나자.
civilian [civilian]   2014-04-10 16:22 X
난 올해가 40대의 마지막인데... 힘은 올해만 내면 되니??????
박지훈.임프 [cbuilder]   2014-04-10 16:46 X
형이 벌써 그렇게나 됐었나...? 무럭무럭 크네? ㅋㅋㅋㅋㅋ
민스 [ssancopi]   2014-04-11 12:01 X
40대초반인데요..
저를 불러서 일을 시키는 분들도 나이를 먹고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불러주는데는 많은 감사한 상황입니다.
윈도우개발배울때 웹개발를 같이 배운덕을 보는것 같습니다.
김한순 [kyunghu]   2014-04-11 12:40 X
40대 중반..
중국 주재원으로 나왔지만. 복귀하면 갈 자리도 없고.. ㅠㅠ
닭집 생각을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김태선 [cppbuilder]   2014-04-12 21:34 X
저도 40대이지만 40대에 개발하는거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50대에도 아무런 문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
이재현 [semsemi]   2014-04-15 23:25 X
민방위가 끝났다는것이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죠 ^^;
권창구.태원아빠 [shiftcap]   2014-06-03 11:14 X
유교문화의 병패 때문이죠...

나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 나이 문화를 좋아하죠.
그러나 여기에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사람끼리 만났을때 형,동생 구별을 지을려 하는거.
결국은 직장 생활에 이어지게 되죠. 

자신이 형인데 동생의 의견을 따른다는게 쪽팔리게 생각된다든가.
자신보다 형을 들여 괜히 불편하기 싫다는 생각.

주변에 보면 많잖아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가 자신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굳이 비슷하거나 나이 많은 사람을 꺼리게 되죠. 

많은 사람들이 팀장급 될 나이가 되면 이제 나이 먹을만큼 먹었다는 생각이 앞서고 ...
비슷한 상황 반복이 되는것 같네요.

이거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지... 그냥 몇자 적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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