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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26643] 돼지감자 이야기.
박지훈.임프 [cbuilder] 1694 읽음    2016-12-22 02:13
저희 집 앞에는 '돼지감자'가 지천으로 자랍니다. 뚱딴지라고도 부르는 이 돼지감자는 감자 종류는 아니고 국화과입니다만, 뿌리에 감자와 비슷한 덩이줄기가 열립니다. 모양은 감자와 생강을 섞어놓은 듯한 모양새죠.

이 돼지감자라는 놈은 번식력이 엄청나서, 일단 퍼지면 없애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풀밭의 무법자죠. 키가 무려 3미터나 자라기 때문에 돼지감자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작물이나 풀들은 전멸입니다. 퇴비나 비료 전혀 안줘도 무쟈게 잘 자라고, 옥수수를 훨씬 능가합니다. 또 아무리 흙속을 뒤져서 잘 캐내더라도,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씨알들이 많이 남게 되는데, 그게 또 1년만에 엄청나게 무성해집니다.

늦가을에 해바라기를 닮은 꽃을 일제히 피우고는 줄기가 갈색으로 시들며 죽고 흙속에 덩이줄기만 남습니다. 시들어 마른 줄기 밑 주변을 20~30cm 가량 뒤적거리면 돼지감자 덩이줄기가 나옵니다. 이번에 덩어리가 큰 것은 최대 제 손바닥만한 녀석도 몇개 있었습니다.

이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라고 불리는 좀 특이한 당류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화학적 구조가 인슐린과 비슷해서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당뇨병에 효과가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 많은 당뇨 환자들이 먹습니다.

4년전 이사오던 첫해에는 이게 뭔지 몰랐습니다. 봄에 싹이 나기 전에 밭에 나무 심으려고 삽질을 하던 중 이게 삽에 찍혀 나왔는데, 지나가던 이웃집 어르신이 돼지감자라고 알려주시더군요. 마침 저희 아버지가 당뇨가 심하신 편이라(저희 친가쪽에 당뇨 인자 유전), 그해 늦가을에 잔뜩 캐다가 아버지에게 부쳐드렸습니다. 아버지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시길래, 해마다 늦가을이나 초봄에 캐다가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 돼지감자는 바로 반찬으로 요리해먹기도 하는데 맛은 좀 그닥인 듯 싶고, 우유와 함께 갈아먹거나 아니면 차를 우려서 먹습니다. 어머니도 매번 갈아서 챙기는게 번거로왔는지 최근에는 차로 많이 끓이셨던 모양인데... 보리차처럼 잔뜩 끓여놓으면 며칠이면 상하다보니, 아까워한 어머니도 홀짝홀짝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발견한 다른 효능. "야야, 돼지감자 차를 마셨더니 살이 빠지더라".

어머니가 나이 드시고 나서 뱃살이 엄청 불으셨었는데, 돼지감자차를 한 1년간 매일같이 물처럼 계속 드셨더니 뱃살이 싹 다 빠지셨답니다. 이전에는 돼지감자의 효능 어쩌구를 별로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잠깐 검색해봤더니, 당뇨 효과 외에 다이어트와 변비에 좋다는 얘기가 엄청 많이 나오더군요. (어째 점점 돼지감자 제품 광고같은 묘한 뉘앙스가... ㅡ.ㅡ)

그 얘기를 마눌님에게 했더니, 당연히 본인도 잡수시겠으니 더 캐오랍니다. (이번엔 흥부전 내지 콩쥐팥쥐 비슷해져가는..) 그래서 한 4~5일 동안 매일 오후마다 두어시간씩 집앞 풀밭을 박박 기면서 돼지감자를 캤더랬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들들이 꽤나 도와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할머니 할아버지 보여드리기 위한 연출입니다 ㅜ.ㅜ) 반쯤 얼어있는 땅을 호미와 삽으로 깨가며 캐낸 돼지감자가 무려 45kg 정도 됐습니다.

먼저 캐낸 15kg 정도는 세찬 물에 깨끗이 씻어서 우유에 갈아드시라고 택배로 부산으로 보내드리고.. 남은 30kg은 직접 가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리차처럼 끓여먹을 돼지감자차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세찬 지하수로 깨끗이 씻은 후에(씻는 데에만 이틀 오후 시간을 다 썼습니다), 감자나 고구마 튀김하는 정도의 두께로 썰었습니다. 전업 농부들이나 업자들은 슬라이스 전용 기계를 쓰는데 저는 당연히 그런 장비가 없고요. 푸드 프로세서를 써봤더니.. 너무 얇게 썰어져서 안되겠더군요. 결국 하나씩 손으로 잡고 일일이 썰었습니다.

돼지감자차 대령을 하명하신 마눌님도 좀 도와주시긴 하셨지만.. 하도 오래 칼질을 하다보니 손가락이 삐어버렸습니다. 이작업에는 하루 온종일이 걸렸습니다.

돼지감자차로 완성하려면 이 슬라이스를 말린 후에 볶아야 하는데, 일단 이걸 말리는 게 큰일입니다. 햇볕이 가장 약해진 겨울 아닙니까. 말리려고 널어놓으면 아마 한달 넘게 걸릴 거고, 관리도 어려울 거고. 식품건조기를 쓰자니 어마어마한 양이라 전기료 폭탄을 맞을 거고. (건축 공사 문제 때문에 몇달동안 태양광 발전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몇시간을 데굴대며 고민했는데, 이런 미련한 녀석. 여기가 농촌이라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거죠. 농가에는 사진에 보이는 이런 건조기 하나쯤은 다 있습니다. 가정용 냉장고 두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장비인데, 제 어마어마한 돼지감자 슬라이스를 다 넣어도 반밖에 안차더군요. 농사용 장비이기 때문에 당연히 농사용 전기를 쓰고, 그래서 전기료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이래저래 서로 돕고 사는 아랫집 어르신에게 부탁해서 이 건조기에 집어넣고 24시간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 사진처럼 바삭하게 잘 건조되었답니다. 바짝 건조가 되었으니 당연히 무게와 부피도 확 줄어들었고요. 아주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 다음 과제는 볶는 것. 볶는다고 하지만 기름을 두르거나 하는 건 아니고, 후라이팬에 그대로 올려서 마치 커피 볶듯이 볶는 건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후라이팬에 올리고 한판씩 볶으면 또 엄청난 전기료가... (저희집은 전기레인지만 쓰고 가스레인지는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검색을 해봤더니... 또다시 시골이라서 일이 쉬워지는 경우더군요. 뻥튀기에 돌려버리는 겁니다. 인근에서 5일장이 서고 거기에 뻥튀기 장사가 항상 오니까, 장날만 기다리면 됐습니다.

저희 동네 장은 1일, 6일 장이라 어제가 기다리고 기더리던 장날이었습니다. 파란 봉지에 들어있는 걸 보시면 좀 눌었죠? 바삭하게 뻥튀기가 잘 됐습니다. 몇개 집어먹어봤더니 약간 많이 볶아서 탄맛도 좀 나긴 했지만 구수했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파삭거립니다. 스낵 식감이네요.

이걸 절반 정도는 어머니 아버지 보내드리려고 박스에 싸고, 나머지는 작은 봉지에 소분해서 잘 담아뒀습니다. 이정도면 내년에 다시 돼지감자를 캘 겨울이 올 때까지 먹고도 남겠네요.

어째 쓰다보니 무슨 판매광고같은 분위기가 철철 넘치는데.. 파는 거 아닙니다. ㅋㅋㅋㅋ 집앞에 아직 덜 캔 돼지감자가 꽤 널려있긴 하지만 일당받고 그걸 다시 캐느니 차라리 굶겠습... 가족의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니까 한 거지 돈을 목적으로 하기엔 넘 힘들었답니다. 물론 제 일당도 안나와요.

참고로 돼지감자 요즘은 비교적 싼 가격에 팔더군요. 제가 이사오던 몇년전엔 이게 꽤 비쌌었는데, 비싸게 팔린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재배하는 농장이 폭증해서 가격이 폭락했나보더라고요. 당뇨나 다이어트로 고민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듯. 참고로, 이건 치료약 같은 게 아니라 식품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도 몇달 이상 걸립니다.

난데없이 2주 가까이 농부모드로 살았던 임프의 돼지감자 이야기였습니다.
candalgo, 광양 [kongbw]   2016-12-22 19:31 X
나중에 임프님 댁에 놀러가면 돼지감자 한 봉지 얻을 수 있나효???    (^0^)

뱃살이 빠진다니... 한 번 마셔보고픈 맘에 자꾸 샘솟씀다  (^0^)
박지훈.임프 [cbuilder]   2016-12-23 17:00 X
놀러오신다면 한봉지 희사 적극 고려하겠습니다~ ^^

(솔직히 말해서 너무 개고생을 해서 맘편하게 '드리겠슴다' 약속이 잘 안나오네요 ㅋㅋ)
사악신 [galahan]   2016-12-28 15:37 X
글을 읽으며 신용카드를 꺼냈지만.... 시무룩
박지훈.임프 [cbuilder]   2017-01-12 12:15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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