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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27203] 오늘 어쩌다 우연히 요즘 중학교 수학문제집을 봤는데...
프로그래머 [] 718 읽음    2017-05-23 01:34
오늘 중학생 조카 녀석을 잠깐동안 맞게되어서

같이 있다가 조카가 자기친구 전화받으러 나간 사이,

우연히 요즘 중학교 수학문제집을 중에서

제곱근 연산 부분 기초문제를 봤는데

문제내용은 a<0, b>0 일 때 루트a, 루트b로 구성된

제곱근 연산식들을 간단히 문제였습니다.

그냥 문제를 보다가 어떤 건 제곱근 연산식이

이해가 안가서 난 이제 고3도 아니고 그냥 30세 아재이니

자신있게 답지를 펼쳐들어 문제 해설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문제해설을 보아하니 루트 내부에 있는 식이

a-b인데 루트를 제곱하여 풀면서 바뀐식이 그냥 a+b라고 나와있는 거였더랬습니다.

그래서 나도 컴공과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어느새 눈에 불을 켜고 나름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면서 나름의 내용을 이해해보려 노오력하다가 학창시절 문득 생각난 단어가 있었습니다.

'수학은 암기다!' 맞습니다. 그 문제는 문제집이나 참고서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이므로

어느정도의 반복 풀이 노가다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숙지해내면 되는 그런 것 이었습니다...

세상에나 저는 제곱근 연산식에 루트a-2나 루트a-1그리고 막 x세제곱 같은게 있는데 답이 5 라고해서

답안지의 해설을 보니 무슨 -를 +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바꿔서 때려넣으라는 식으로 해설이 되어있어서

공대를 나온 저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화학공학과는 이론 적으로는 화학물질의 특성을

잘알아야 되고 실습실에서는 플라스크나 다른 용기에 화학물질을 혼합 할때 수전증 없이 조심스럽게 물질을

혼합하면되는 거고 기계공학과는 기계공학 전공서적에 설명되어 있는 다양한 수식들을 토대로 기계가 움직이는

물리량을 어떻게 유추해내서 그냥 나사를 조이고 금속을 잘 절단하고 가공해서 기계를 만들면되고 컴공은 알고리즘 분석을 하다가

이해가 안되면 구글링을 하고 구글링을 해도 안되면 같은분야를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SNS로 물어봐서도 안되면

말그대로 여러사람들을 SNS로 불러 모아서 실험을 하면 어떻게든 나오긴 합디다.

그런데 중학교 수학의 기본문제의 대다수가 그냥 때려맞추기식 넌센스 문제라는 것은 너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중학생에게 대학교 수학과 수준의 내용을 알려주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중학교 수학이 이정도로 그냥

반복적 문제풀이식 학습이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렵습니다ㄷㄷㄷ물론 수학과와 공대에서의 수학사용은 차이가

있어도 어렵긴 매한가지지만... 아직도 중학교 수학부터가 반복적 문제풀이 노가다를 통한 학습과 시험을 통한 점수평가만

통용된다면...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나중에는 실습내용 숙지가 중요한 공학에 있는 일부분의 수학공식만 봐도 공부를 포기해버리는

말그대로 완벽한 수포자가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대학교 졸업할 쯔음에 수학에 어느정도 눈이 트이게 되어서

이제는 별 거부감 없이 자유롭게 수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거부감 없이 자유롭게 수학을 공부하는

그 기분을 늦게라도 만끽하지 못할까봐 너무 걱정이 됩니다...빨리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수학학습도 정상화가 되어야 할텐데...
양병규 [bkyang]   2017-05-23 11:15 X

동의합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비슷한.. 아니 제가 아니라 제 딸(고2)이 비슷한 일을 겪었더랬는데요.
저와 딸의 얘기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대부분 이런 얘기 싫어하는데요. 저는 교육에 관심이 많고 심리와 이해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얘기만 나오면 아주 진지해집니다.
싫으신 분들은 다 읽고 비난하지 마시고 그냥 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ㅋㅋ)

애가 중3 때였나, 시험공부를 하다가 갑자가 아빠한테 책을 들고 왔더랬습니다.
수학이었는데요. 허걱싶었죠.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했거든요.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만 나와도 헷갈리는데요. ㅋㅋ

여튼 애가 들고 왔는데 "아빠는 그런 거 몰라!"라고 하기엔 애한테 너무 실망시키는 거 같고, 또 프로그래머님 말씀처럼 내가 공부는 안 했어도 개발자로 살아온 게 있는데 설명을 보면 이해하겠지 했드랬죠. 그래서 "그래 뭔데 어디 보자"고 했는데..

인수분해더군요.
인수분해라는 단원 제목은 기억나는데 인수분해가 뭔지는 저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네요.
(물론 선생님은 말씀하셨겠지만 저는 아마 그걸 안 들었을..ㅋㅋ)

첫 장의 설명을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수가 뭔지 분해한다는 것이 뭔지 설명을 보니 알겠더라구요.
제목은 인수분해지만, 사실은 분해도 하고 간단한 형태로 결합도 하고 있었습니다. 분해에 촛점을 맞춘거죠.

제가 인수분해를 평면 공간으로 비유해서 설명했더니 아이도 그제서야 "아항~"하면서 이해한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책을 한 장 넘겼더니, 저의 도형을 이용한 설명과 똑같은 내용으로 설명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뒷장을 보고 설명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아이도 봤기 때문에 저의 설명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는 느낌이어서 기분도 좋았구요 애가 아빠의 설명을 신뢰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 나온 설명과 아빠가 해준 말을 비교하면서 자기가 왜 이해를 못했는지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보니까 딱 거기까지가 유형 1이었구요. 인수분해 유형은 교과서에 네 가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학생은 그 네 가지 유형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게 단원이 목표였구요.

저는 애한테 "이해했지?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애. 나머지 유형도 방식이 다를 뿐 개념은 같을 것 같은데, 니가 스스로 이걸 이해할 수 있도록 해봐. 책의 설명을 여러 번 읽어보던지 선생님한테 묻던지" 애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자기 방으로 갔죠.

중간고사를 봤는데, 수학 문제의 인수분해 첫 번째 유형은 맞았는데 나머지 세 가지 유형은 대부분 결국 틀렸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40점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당연히 많이 침통해 했구요. 아이하고 다시 얘기해 봤습니다.

"결국 나머지 세 가지는 이해 못한거야?"

"응"

"어떤 방법으로 배웠는데? 선생님한테? 인터넷으로? 친구한테?"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

"잘 했네. 그런데 선생님이 너를 이해 못 시켰어?"

"응.. 선생님은 그냥 이렇게해서 저렇게 하면 요렇게 되는거니까 그런 줄 알라고만 하셔. 난 그게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풀이 죽어서 그렇게 말을 했는데요. 그 한 마디가 프로그래머님이 말씀하신 상황하고 똑같은 상황이라는 걸 바로 느꼈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런 선생님이라면 더 믿을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구요. 나머지 단원도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뻔했습니다. 인수분해를 이해 못하면 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말이죠.

아이하고 그러면 수학을 어떻게 할지 상의했습니다. 중3, 1학기였던 그 때까지만해도 학원 한 번 안 다닌 100% 공고육파였는데요.
"과외를 할까? 아니면 학원을 다녀 볼래?"라고 했더니 애가 "응 학원에 가볼래"

그래서 학원에 보냈습니다. 수학하고 영어만 하는 동네에 있는 학원이었는데요, 그 날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집에 안 보내는.. 10시가 돼야 단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주는 그런 학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인가 갔던 것 같구요.
학원에 다닌지 두 주정도 지나서 다시 대화를 했습니다.

"학원 선생님은 인수분해의 원리를 이해시켜 주디?"

"응"

"오...그래? 그냥 외운게 아니라 원리를 이해한 거 맞아?"

"응. 이렇게 공부하면 될 것 같애"

그 순간... 참 다행이면서도 굉장히 씁쓸했더랬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 뭐가 문제일까요? 학교와 학원의 차이? 제도의 문제? 아니면 그냥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 아무튼.. 거기까지는 뭐 내가 알바가 아니고. (사실 관심은 많은데요. 길어지니까 나중에..ㅋㅋ)

인수분해정도 되면 사실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닌데요, 중학생이 이해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긴 하겠죠.
어느 정도로 상세하게 알아야 이해한 것인가는 결국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해라는 것이 새로 접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하는 것이니 무엇과 연결하느냐, 연결할 게 있느냐에 따라서 이해는 달라집니다.

PI가 왜 3.141592...로 나가는지 아주 단순한 문제지만 그 숫자는 그냥 학자들이 정한거야라고 이해하던지 원주와 지름의 비율을 이해했던지 둘 다 나름대로는 이해한 겁니다. PI를 수학적 논리로 이해하는 것도 이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상식이라고 받아들인다면 학자들이 정한 것도 나름대로는 이해한 겁니다. 게다가 어떻게 이해했더라도 그 문제는 잘 풀 수 있죠.

문제는 거기에서 더 진도가 나갔을 때 드러날 겁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한 사람은 한계를 느끼고 결국 포기하게 될겁니다. 수학선생님들이나 참고서의 저자들이 그걸 모를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지금의 고비만 넘기려는 생각이 더 간편한 방법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들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뒤섞여 있다보니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설명을 해도 모두를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그런 상황에서 대입을 목표로, 취업을 목표로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인스턴트적인 발상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미분적분을 고교때 다르치는 게 옳은가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전혀 필요 없다.
직접 써먹지 않아도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논란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어쨌거나 지금의 수학과목은 지나치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재능은 키우는게 아니라 발견하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지금 수학과목을 비롯해서 공교육은 재능을 발견해서 갈고 닦는게 아니라 없는 재능 주입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혹은 학교제도에도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나중을 대비하고, 더 어려운 문제를 목표로 삼고, 그런 건 그 과목에 재능이 있고 흥미가 있을 경우에 그렇죠.
저는 이런 상항을 히딩크와 차범근으로 자주 비유합니다.

차범근 감독님이 직접 한 얘기인데요.

감독생활을 하면서 "아니 이게 왜 안돼. 이렇게 차면 되잖아.."라는 순간이 많았다고 하네요.
본인은 재능이 있으니까 설명을 듣지 않아도 한 번 보고 금방 따라한 거죠. 그러니 차감독님한테 배우는 선수들은 그게 왜 그런지 이해가 안되니까 따라하기 힘든거구요.

반면에 히딩크 감독님은 차감독님만큼의 재능이 있지는 않습니다. 선수생활도 그닥 별로였구요. 완전 노력파였다고 합니다.
(재능이 없는데 노력을 할 수 있는건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거나, 그걸 하면 재미를 느끼거나. 소년 가장이 전자의 경우고, 음치인데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 후자의 경우죠.)
그래서 운동에 대해서 분석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이해 시키고 깨닫게 하는 건 결국 재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실력이라면 분명 그 둘은 서로 다른 과정으로 그것을 터득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한 사람은 이해를 못하든지요.

당연히 학생들 중에는 두 가지 사람이 뒤섞여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선생님들은 차범근 감독님처럼 그 과목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제 자신이 수학을 이해 못하는 수학의 꼴통이었는데요. (물론 지금도 ㅋㅋ) 저 같은 학생을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은 이해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은 차범근 감독님의 말씀처럼 "아니 그걸 왜 못해 이렇게 차면 되는데"와 같이 들리고 김연아 선수가 밝힌 트리플점프하는 방법인 "그냥 뛰면 돼요"와 같이 들리는 거죠.

수학에 재능 없는 사람이 수학 교사를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재능 있는 선생님이 재능이 없는 학생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뒤섞여 있는 교실에서 똑같은 교과서로 주어진 시간 안에 그 모두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겁니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그 전에 교육이 뭔지, 어떤 방법으로 어떤 목표로 가야 하는지 기본부터 다시 논의를 해보는 게 어떨까싶네요.

(이 정도면 댓글 신기록 아닌가요? 관심 없는 분들한테는 죄송....ㅋㅋ)
오랑캐꽃 [oranke]   2017-05-25 09:06 X
ㄴ 댓글기록 맞는듯... ^^

저도 요즘 중학생이 된 첫째놈의 수학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ㅠㅠ;
candalgo, 광양 [kongbw]   2017-05-26 09:49 X
ㅎㅎ
제가 본 댓글 중에 가장 긴 글 같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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