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C통신은 코메디 흉내를 내지 않는다. 밤새 일하고 피곤에 떨어져 자는 틈에 등짝의 맨살에다가 빨간 루즈로 " 외상사절. 이건 경희꺼."라고 쓰지 않는다. 새벽에 싸우나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웃던지.. 난 창피해서 냉탕에 빠져 죽고 싶었다. 게다가 갈때 지우려고 했는데 말없이 출근해서 몰랐다고 변명하지도 않는다.

2.. PC통신은 피곤에 절어 잠들어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기다려준다. 그러나 와이프는 피곤에 절어 잠들면 런닝을 뒤집어 입히고는 왜 런닝을 뒤집어 입었냐면서 이유를 대라고 한다. 그러면서 담날 동창들을 만나니 넉넉하게 달라는 쪽으로 대화를 바꾼다. 그 담부터는 피곤해서 잘때 런닝 입은 방향을 표시해두고 잔다. PC통신은 런닝샤츠를 거꾸로 입던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자건 황당한 트집 잡아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다.

3.. PC통신은 차앞유리창에 꼽힌 " 과부촌.. 오시기만 하면 끝내줍니다" 라는 광고전단을 왜 안떼버리고 가지고 있었다고 과부가 그렇게 좋냐 고 들들 볶지 않는다.게다가 신용카드 요금 청구서에 쓰인 "설매네 만두집"이 바로 만두파는 과부집 아니냐는 황당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4.. PC통신은 첫 접속을 언제 했느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아이디와 비번을 물어볼뿐이다. 그러나 와이프는 우리가 언제 첫 키스를 언제 했느냐고 물어본다. 그딴걸 기억하는 남자가 어디있는가? 날짜를 잘못대면 눈을 반짝이며 " 이제사 슬슬 부는군. 그날의 그 기집애는 누구였어" 하면서 시작 한다. 결국 그날은 몇만원을 빼앗기고 만다.

5.. PC통신은 언제나 사용한 이용료만 청구할뿐 다른건 요구하지않는다. 그러나 와이프는 쟁반막국수 안사줬다고 엄청 큰 쟁반에다 밥을 퍼주는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난 꿋꿋하게 쟁반에 담긴 밥에 물까지 말아 먹는다.

6.. PC통신은 서비스탄생일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와이프 생일을 잊고 그냥 지나가면 침대에서 자다가 굴러 떨어지 는 수가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윈도즈 95가 발표된날은 기억해도 와이 프 생일은 오락가락 한다.

7.. PC통신은 ... 이용자를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와이프는 운동 좀 안해서 살이 불었다고 신랑을 누룩돼지라고 부른다. 그러다가도 재수좋게 생긴 꽤 되는 원고료 부수입을 몽땅 줬더니 그날 이후 날보고 야구선수 샤킬 오닐보다 멋지다면서 그렇게 부른다. 샤킬 오닐은 NBA 농구선수이다. 돈 도루 내놔 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8.. PC통신은 나날이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 그러나 와이프는 맨날 똑같다. 그래서 "네 삶의 지루한 요소들을 업데이트 해봐"라고 했더니 매일 보는것도 지겨운데 새삼 무슨 데이트를 하냐고 한다. 난 할말을 잃었다. 데이트가 아니라 업데이트 라고 했더니 이젠 늙어서 잘 안들리니 보청기 사달랜다.

9.. PC통신의 서비스는 절대 멈추지 말기를 모든 사람이 바란다. 그러나 와이프는 장마에 이틀만 떠내려 갔다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적이 있다.

10.. ???????

.어쨌던 약 10여년을 매일같이 사용해온 PC통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런데 나는 와이프를 사랑하는걸까..아닌걸까..

에라이...출근이나 하자. 혹시 등뒤에 루즈로 뭐라고 쓰지는 않았을까.. 아까 새벽에 피곤해서 잠들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