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소개. 저는 이 사이트를 만들었었고 10년동안 대표시삽으로 운영해왔으며 지금은 대표시삽은 내놓았지만 여전히 운영진의 일원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이 사이트의 완전히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초안 정도의 취지로 글을 써봅니다.
이 글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일반적으로 우리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개발업체'(즉 자체 기술력과 개발자들을 보유하고, 그래서 발주처로 프로젝트를 나갈 때도 정규직을 중심으로 프리랜서로 보충하는 업체)가 아닌, 사실상 인력 용역만을 전문으로 하는 자칭 SI 개발업체들의 관계자분들께 쓰는 글입니다.
먼저 단가를 숨기는 고약한 관행에 대해.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적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어떤 구인 글을 봐도 구인하는 기업측에서 단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하군요. 하나같이 '단가는 협의하겠으며 희망단가를 써달라'라고만 하는데요.
요즘은 일이 넘쳐나서 개발자가 목을 매는 시대가 아니라 개발자가 모자라서 난리가 나는 시대인 줄 뻔히 아실텐데 이런 접근 방식은 별로 사람을 구하는 데 도움이 안됩니다.
저도 몇군데 지원을 해보니, 경력에 따라 조정하겠다, 협의하겠다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업체측 내부 기준에서 조금만 넘어가도 아예 협의를 할 의향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하더군요.
따라서, 연락을 해보면 분명히 내부 단가 기준이 있고 그에서 벗어나면 아예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한데도, '협의하겠다' '조정 가능하다' '경력 우선으로 많이 쳐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구인 글을 올려대는 것은 개발자들을 기만하는 행태입니다.
다음으로, 기술이 없는 업체가 버젓이 개발업체 행세를 하는 문제에 대해.
아래의 구인 업체들 다수가 그렇듯이, 요즘 프리랜서 개발자를 구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아니라 대부분 용역 섭외 정도의 역할만 하는 곳이더군요. 다시 말해, '개발 업체'가 아닌 '복덕방 업체'가 다수라는 얘기입니다.
아래에 글을 올린 몇개 업체들만 검색해봐도, 홈페이지에 가보면 정말 초보적인 회사 소개만 있을 뿐, 보유 기술에 대한 정보도 없고, 회사 대표의 인삿말도 없고, 내부 조직이 어떻다는 소개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대표 이름까지 숨긴 회사도 있군요. 오직, 개발자를 섭외하고 있는 프로젝트 리스트만 수십, 수백개입니다.
정상적으로 개발을 하는 전문 '개발업체'라면 뻔히 직원수가 10명이 될까말까 하는 초소형 업체인 게 보이는데 거기서 수십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발주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아주 최소한의 산수 계산만 해도, 30개 프로젝트에 정직원을 단 한명씩만 보낸다고 하더라도 30명+사장 1명이 필요하니까요. 따라서 '무슨정보기술' 이렇게 제목을 붙여놔도, 실제로 개발을 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건 홈페이지만 잠깐 들러봐도 바로 보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깡통 인력 용역업체들이 판을 치는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나마 기술을 가지고 있던 소규모 SI 업체들이 많이 쓰러진 영향이 크겠지요. 아무래도 소규모나마 정규직 직원을 두고 부침이 큰 SI 프로젝트들로 계속 회사를 운영하기가 힘드니까 회사가 망하기도 하고 스스로 정리하기도 하고 해서 기술을 가진 소규모 SI 업체들이 많이 업계를 떠난 걸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 빈자리를 파고 인력 용역만으로 먹고 사는 여러분과 같은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나 봅니다.
네, 그렇게 해서도 나름대로 먹고 살 만 하니까 그렇게 영업을 하시는 거겠지만,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보기 짜증납니다. 아무런 기술도, 제대로 된 개발 PM 몇명도 없는, 한마디로 껍데기밖에 없는 일당 잡부 용역업체가 개발업체라고 간판을 달고 개발자와 발주업체 양쪽 모두를 기만하는 것은 이 업계 전체에 대해 수없이 많은 해악을 끼치는 행위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여러분 회사들과 같이 일한다고 해도, 여러분 회사에서 무엇을 지원해줍니까? 소개 알선해서 소개비조로 돈 받아먹고는 일단 발주처 회사의 책상 앞에 앉혀놓고 나면 나몰라라 아닙니까?
따라서, 이런 용역 업체 관계자분들께서는 이곳에 구인 글을 올리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금지'에 가까운 강한 '권고'이며, 향후 운영진 논의를 추가로 더 해서 공식적으로 금지 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프리랜서 개발자 여러분께도 당부드립니다.
비단 여기 볼랜드포럼에 올라온 이런 업체들의 글들 외에도, 잡코리아 등 다른 구인구직 사이트에 가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인력용역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정상적인 '개발업체'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또, 단일 발주처의 단일 프로젝트에 심하면 7~8개의 인력 용역 업체들이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건수가 실제보다 많아보이는 착시현상도 많이 일으킵니다. 실제로 최근에, 제가 단일 프로젝트 건으로 불과 10일 정도 사이에 이렇게 여러 군데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작 그 사이트는 제가 잘 아는 사이트이고 아는 직원도 여럿 있습니다만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애초부터 갈 의사가 없었기에 모조리 단칼에 거절했습니다만)
가급적이면 이런 용역 업체들은 피하시고, 피치 못한 경우라도 용역업체에서 말하는 '단가 협의 가능'과 같은 문구는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업체들이 여러분의 경력에 대해 적정 단가를 판단할 능력도 전혀 없으므로, 화려한 능력과 경력을 충분히 알려주면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금물입니다. 시간과 경력만 낭비하는 결과만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대형 SI 업체들의 관계자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또 당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발, 이런 어중이떠중이 용역업체들을 데려다가 프로젝트하려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프로젝트 엉망되고 줄줄이 지연되는 지름길입니다. 최소한이라도 기술과 개발자를 보유한 개발업체를 우선적으로 섭외하세요.
가진 거 아무것도 없는 용역업체들이 '우리 회사는 굴지의 XXCNS의 파트너사로서...' 이런 식으로 내세우는 걸 보면, 그 SI 업체는 정말로 프로젝트를 개판으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말로, XXCNS사를 내세우는 용역업체만도 열 몇군데쯤 되는 거 같더군요.
어차피 프리랜서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좀 귀찮더라도 대형 SI 업체 스스로 프리랜서 개발자들을 구인하세요. 개발자가 건설 잡부입니까? 건설 현장에서야 목수 몇명, 미쟁이 몇명 이렇게 머릿수만 맞춰서 데려다 놓으면 실력은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지만, 개발자들은 그렇지 않은 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너무나 당연히 프로젝트 망가지는 거 싫으실텐데, 그러면 이런 용역 업체들 배제하고 개발자들을 직접 뽑으세요. 그것만이 우리 업계의 모두가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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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정보 오픈이 안되면 글을 올리지 못하게 했으면 합니다.